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12월 15일] 효과적인 경기부양책 시급하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촉발된 경제난국을 맞아 온 나라가 뒤숭숭하다. 금융 부문은 자금흐름이 경색되면서 자금의 조달과 운용 간의 기간 불일치로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도 떨어져 유동성의 공급 기능은커녕 자기 앞가림 하기에 바빠 중앙은행의 저금리정책에도 불구하고 돈이 돌지 않고 있다. 정부는 금융 부문 지원을 위한 각종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나 아직 가시적인 효과를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건설산업 회생 시급 시공능력평가순위 50위권 내외의 중견 건설사들은 이미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건설업계는 드디어 ‘건설사 부도 도미노’의 신호탄이 울렸다며 당혹해 하는 분위기이며 그동안 꺼리던 대주단협약에 속속 가입하고 있다. 경제성장을 선도해야 할 건설산업이 중환자실에 누워 있는 꼴이다. 금융 부문의 부실화를 막기 위해서, 또 금융위기가 실물 부문에 전파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한시 바삐 건설산업을 회생시켜야 한다. 공공공사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지방의 중소건설업체들은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의 축소, BTL 사업의 확대, 최저가낙찰제 및 실적공사비 적용 등으로 이미 지난해부터 동면기에 접어들었다. 그나마 주택ㆍ부동산 분야에서 활동하던 중규모 이상의 건설업체들은 규제를 피하기 위한 ‘밀어내기’식 영업으로 멍들고 있던 차에 금융위기까지 덮쳐 미분양 주택의 적체로 치명적인 충격을 받아 흑자도산의 사례마저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하면 중소건설업체를 위해서는 재정사업, 중견 및 대형 건설사들을 위해서는 금융지원이라는 정책 처방을 내려야 한다. 지역경제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중소건설업체의 신속한 회생을 위해서는 신규 사업보다는 진행 중인 사업에 재정이 집중적으로 투자돼야 한다. 민간자본으로 추진하고 있는 학교ㆍ하수관거 등의 BTL 사업은 재정사업으로 전환돼야 한다. 공사규모는 가능한 범위 내에서 분할 발주해 지역업체의 참여폭을 확대시켜야 한다. 대형업체의 몫이 될 수밖에 없는 30대 선도 프로젝트와 같은 국책사업에 대해서는 지역업체의 참여를 유도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최저가낙찰제는 500억원 이상 공사로 한정 적용해 중소건설업체가 저가투찰로 자멸하는 사태를 막아야 한다. 예산의 한계로 지연되던 사업에 대해서는 민간선투자제도를 적극 활용해 시설의 조기 준공과 경기부양의 일석이조 효과를 꾀해도 좋을 것이다. 중견 및 대형 건설업체 정상화를 위한 급선무는 원활한 자금흐름이다. 현재의 대주단협약제도는 건설업계의 시각에서 볼 때 현실과 동떨어진 부분이 많아 개선이 시급하다. 어느 특정 건설사가 대주단 협약을 신청하면 곧바로 ‘유동성에 문제가 있는 기업’으로 낙인 찍혀 대주단 이외의 금융기관들로부터 신규 차입이 불가능하거나 기존 대출금의 회수 압력이 거세질 수 있다. 또한 기업의 신용도가 하락해 해외건설 수주와 보증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따라서 정부와 금융 당국에서는 100위 이내 모든 건설업체를 대상으로 일괄 평가를 실시해 등급을 분류하고 각 등급에 맞게 지원ㆍ회생ㆍ퇴출방안을 실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평가 및 등급 분류에는 건설사 신용평가에 전문성을 갖고 있는 건설공제조합과 같은 기관도 포함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장기적 인프라 사업에 투자해야 토목국가론, 삽질경제를 운운하며 건설 부문 지원은 안 된다는 의견이 있다. 그러나 단기적인 부양책이 필요하다고 지난 외환위기 때처럼 간벌작업 또는 교통량 조사와 같은 공공근로사업에 재정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 인프라 사업에 투자해 고용창출과 소비진작 같은 즉각적인 효과를 노리는 동시에 미래의 국가경쟁력을 확충하는 일석이조의 이득을 추구해야 한다. 물론 건설산업은 체질강화와 구조조정을 통해 좋은 품질의 주택과 인프라를 건설함으로써 국가적인 지원에 화답해야 할 것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