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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개발은 생명선입니다. 환경과 안전에 대한 투자는 절대 놓쳐서는 안 되는 부분이죠. 어려워도 기술개발에만큼은 계속 투자했습니다."
나카이 히사시 도요타자동차 부장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도요타의 연구개발(R&D) 투자 정책에 대해 이렇게 얘기했다. 2009년 3월 결산 결과 4,600억엔(약 4조2,000억원)의 적자를 냈으면서도 기술개발은 소홀히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도요타의 부활에는 보릿고개 시절에 미래를 대비하는 전략이 한몫했다. 아무리 상황이 어려워도 앞날을 내다보고 기술개발에 주력한 것이 결국 회사의 부흥을 이끈 셈이다. 특히 친환경차에 대한 끊임없는 투자는 도요타만의 경쟁력을 갖추는 데 주요한 역할을 했다.
◇어려워도 투자는 지속…현대차도 미래 준비해야=2015회계연도(2014년 4월~2015년 3월) 도요타는 R&D에만 무려 1조엔을 투자했다. 현대자동차의 연간 금액(3조3,989억원)의 3배에 달한다. 특히 도요타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적자를 내는 와중에도 투자를 멈추지 않았다.
도요타의 한 관계자는 "R&D 투자 중지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회사가 적자를 내면서 연구개발 예산의 절대 금액은 다소 줄었지만 투자액이 낮아진 만큼 새로운 아이디어와 지혜를 내 영향을 최소화했다"고 소개했다.
실제 R&D 투자는 계속 증가세를 보여왔다. 2011회계연도에 7,300억엔 수준이었던 R&D 투자규모는 4년 만에 3,000억엔가량 늘어났다.
이는 도요타의 경쟁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1997년 처음으로 도요타의 하이브리드차량 '프리우스'가 나왔을 때만 해도 "이런 차가 성공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반응이 많았다. 여기에 더해 2008년 금융위기는 도요타의 전략에 중대한 의문이 제기됐던 때다.
하지만 도요타는 투자를 멈추지 않았다. 5월 말 현재 프리우스의 누적 판매량은 355만대로 도요타의 하이브리드차 수도 29개로 증가했다.
하이브리드차는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수소차의 기본이 되면서 이들 친환경차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는 게 도요타 측의 설명이다.
도요타 관계자는 "일본 내에서 1998년 4차종에 판매 비중이 0.4%였던 하이브리드차가 지난해에는 60차종 이상, 31%로 판매가 급증했다"며 "도요타 하이브리드차는 매달 전 세계에서 10만대 정도 팔리고 있다"고 전했다.
가을께 새로 선보일 프리우스는 도요타 기술의 응집체다. 1대 '프리우스' 대비 현 '프리우스'는 연비가 리터당 28㎞에서 38㎞로, 제작원가는 3분의1 수준으로 낮아졌다. 신프리우스는 이보다 연비와 원가 측면에서 더 좋아질 것이라는 게 도요타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현대차도 꾸준히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지금 현대차는 수입차의 공세와 엔저, 중국을 포함한 신흥시장 침체로 3중고를 겪고 있다.
현대차도 각종 비용을 줄이고 있지만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도 친환경차가 대세를 이룰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연구개발 투자를 소홀히 하면 안 된다는 얘기다. 도요타 같은 경쟁자를 생각하면 오히려 R&D 투자를 더 늘려야 한다.
◇정부 차원 협조도 필요=현재 일본 정부는 다양한 친환경차 우대 정책을 펴고 있다. '에코카'에 대해서는 자동차 관련 세금을 깎아주고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우리나라 정부도 하고 있는 부분이지만 일본 정부는 사활을 걸고 미래 자동차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일본 내에서는 하이브리드차가 더 이상 특별한 차가 아님에도 여전히 약 11만엔 수준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PHEV는 32만엔에 달한다.
수소차는 더하다. 올해 말까지 76개소에 설치될 예정인 수소충전소는 오는 2030년 이후 5,000개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때문이다. 일본은 2013년부터 수소충전소 설치에 보조금을 지급해왔는데 현재까지 지원된 금액만도 96억엔에 이른다.
나카이 부장은 "일본에서도 친환경차 보조금을 놓고 찬반 의견이 갈려왔다"면서도 "긴 안목으로 봤을 때 환경과 에너지 문제를 감안하면 친환경차 보급은 필수이며 미래의 자동차 산업을 생각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정부가 적극적인 지원정책을 펴왔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도 현대차 등과 함께 수소차 로드맵을 다시 짜고 있지만 일본보다 한발 뒤처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도요타의 기술 수준을 감안하면 우리 지원책은 일본보다 더 커야 한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