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촌성심병원에서 내과 교수로 3년간 재직해온 반준우(39ㆍ내과전문의)씨는 최근 다국적 제약사인 아스트라제네카의 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그가 맡은 역할은 호흡기ㆍ소화기ㆍ신경계 약물의 의학자문과 임상시험 관리이다. 반 이사는 이직이유로 “40대를 앞두고 진로를 고민하던 중 이직제안을 받았다”며 “제약회사의 신약 개발과정에 참여하는 것이 대학에서의 기초연구보다 실질적으로 환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과 활동무대가 넓고 자기계발을 할 수 있다는 점이 끌렸다”고 말했다. 최근 제약회사에 근무하는 의사 수가 급속히 늘고 있다. 5일 한국제약의학회에 따르면 지난 95년 9명에 불과했던 제약회사 근무의사 수가 2006년 현재 60여명에 달해 10년 새 6배 이상 급증했다. 한국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 아스트라제네카는 올해 상반기에만 각각 3명의 의사인력을 추가했다. 강종희 아스트라제네카 홍보팀장은 “본사에서도 의학적ㆍ윤리적 영업활동을 위한 의사인력 충원을 적극 권유하고 있어 채용이 계속 늘어날 것”이라며 “중국 아스트라제네카의 경우 의사인력만 100명이 넘는다”고 말했다. 이처럼 제약회사 근무의사가 급속히 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로는 국내 임상시험 실시 확대를 꼽을 수 있다. 실제 제약회사 근무의사들의 경우 임상시험 과제를 따내기 위해 본사의 연구개발 담당자들과 국내 의료진을 연결시켜주는 중간 역할을 맡고 있다. 이들은 임상유치를 위해 본사를 오가며 적극적인 설득에 나서기도 한다. 제약회사 근무의사의 활발한 활동은 임상시험투자 확대로 이어졌다. 한국화이자의 경우 국내 임상연구개발비를 지난해 80억원에서 올해 190억원으로 늘리고 GSK도 매년 50억~6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안정적으로 평가받는 대학교수 자리를 얻기 힘들고 개원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다른 진로를 모색하는 의사가 늘고 있는 것도 한 이유로 분석되고 있다. 실제 부장 또는 이사급 이상의 대우를 받는 제약 근무의사의 연봉은 대학교수보다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일섭 제약의학회 회장(GSK 부사장)은 “예전보다 제약사 근무에 관심을 보이는 의사들이 늘고 있다”며 “새로운 약 개발에 일조함으로써 환자치료에 도움을 준다는 측면에서 대학ㆍ개원 의사들과 궁극적인 목적은 같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개원의들의 전망이 밝지 않은 상황에서 새로운 진로로서 자기계발을 할 수 있는 제약회사 근무를 고려해보는 의사 수는 점차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