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한은 정책금융기능 어디갔나

경기부진에도 은행中企대출비율 13년째 그대로<br>총액한도대출·지준율등 경기무관 "방치수준" <br>금리에만 매달려 문제 인식조차 제대로 못해


금융통화위원회가 금리에만 매달려 있는 동안 정작 한국은행이 갖고 있는 정책금융 기능들은 모두 사장(死藏)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경제상황에 맞게 조정해야 될 각종 제도들이 10여년이 넘도록 그대로 방치돼 있는 것이다. ◇무용지물 중기대출비율=지난 65년에 도입돼 중소기업의 자금조달에 크게 이바지해온 중소기업대출비율이 무용지물이 돼버린 것은 내수부진이 길어지면서 우량 중소기업의 차입수요가 저조한데다 시중의 유동성마저 풍부해져 은행들의 준수비율이 현격히 낮아졌기 때문이다. 경제여건이 변했지만 금통위는 시중은행 중소기업대출비율을 92년부터 13년 넘도록 45%를 고수하고 있으며 올들어 지방 은행들이 대출비율을 내려달라는 건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그 결과 올 1ㆍ4분기 중 8개 시중은행 가운데 중기비율 45%를 준수한 곳은 한 곳도 없으며 3ㆍ4분기(7~8월) 중에도 1곳에 불과하다. 시중은행들이 비율을 지키지 않아 회수한 금액이 매달 7,000억~8,000억원에 달했지만 금통위원들은 비율을 고치지 않았다. 급기야 한은 집행부는 중소기업 의무대출비율과 무관하게 중소기업대출 잔액이 많이 늘어난 은행에 회수자금을 풀어주는 편법까지 동원하기에 이르렀다. 국민 등 대형 은행들은 전체 중소기업 대출규모가 지방은행보다 많아 중기비율을 지키지 않아도 2%대의 저리자금을 똑같이 사용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준수비율을 잘 지켜온 지방 은행들의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지방은행의 한 관계자는 “제도를 준수하는 은행들이 역차별을 받아서야 되겠느냐”며 “중기비율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해당비율을 탄력 있게 운영해야 된다”며 반박했다. ◇경제여건 아랑곳하지 않는 총액한도대출=9조6,000억원 규모의 총액한도대출은 2001년 9ㆍ11 미 테러를 제외하고는 이후에 한도가 조정된 적이 없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지원대상 항목만 많아졌을 뿐 한도는 장기간 고정돼 있다”며 “경기가 좋아지면 총액한도대출 규모를 줄였다가 나쁠 때 더 늘리는 등 탄력적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규모는 얼마 안되면서 총액한도대출 지원대상이 무역금융ㆍ기업구매자금ㆍ상업어음할인ㆍ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ㆍ설비투자자금 등으로 나열돼 있는 점도 문제다. 특수금융형태로 시작했지만 일반 금융화된 경우에는 민간으로 전환하고 새로운 영역을 키워야 하지만 여전히 ‘백화점식 지원체계’를 고수하고 있다. 금융기관 예금의 일정비율(지준율)을 지급준비금으로 보유하도록 하는 은행의 지불준비금 비율도 96년 3%대로 낮춘 뒤 8년 이상 방치돼 있다. 지준율(3.1%)을 내릴 경우 유동성 관리가 힘들어져 통안증권을 추가 발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한은 집행부들이 금통위원이 요구한 금리 자료에 올인하는 동안 미시정책들은 장롱 속에서 잠자고 있다”며 “일부 금통위원들은 자신들이 과반수로 바꿀 수 있는 각종 권한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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