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정상회담' 북핵 해결 기회로

평양에서 개최될 2차 남북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의제는 크게 세 가지다. 노무현 대통령의 평양 방문에 관한 남북합의서에 따르면 남북 정상은 우리민족의 이념에 따라 남북관계를 한단계 격상시키고 그 조건 아래서 한반도평화, 민족공동번영 그리고 조국통일문제를 논의하겠다고 한다. 개성에서 개최될 실무준비 접촉과정에서 구체적 의제에 관한 최종 조율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반도 평화문제를 정상회담에서 다루게 될 경우 북핵 문제 해결과 한반도의 비핵화 실현, 한반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문제가 핵심 안건이 될 것이다. 북핵 문제는 9ㆍ19 공동선언과 2ㆍ13합의에 따라 현존하는 핵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과거 핵인 무기급 플루토늄, 농축우라늄 개발계획과 함께 지난 2006년 핵실험을 통해 얻은 핵무기에 관한 모든 내용을 신고하고 불능화과정을 거쳐 완전 해체 폐기하기로 돼 있다. 그러나 초기 이행조치를 완료한 후 2단계 불능화조치에 이르게 되면 북한이 과연 어느 만큼 진정성 있게 모든 핵 프로그램을 신고할 것인지가 해결의 관건이다. 따라서 남북정상회담에서 한반도 평화와 관련한 양 정상간 논의의 초점은 북핵 문제 해결에 관한 김정일 위원장의 확고한 의지를 확인하는데 맞춰져야 할 것이다. 북한 최고지도자의 확고한 핵 폐기 의지가 밝혀진다면 다음 달로 예정된 6자회담 본회담에서 북핵 불능화와 관련한 실효성 있는 로드맵이 작성될 수 있을 것이다. 북핵 문제와 함께 한반도의 평화정착문제는 남북 정상회담에서 반드시 논의돼야 할 의제다. 이미 북핵 폐기를 조건으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정전체제를 종식할 한반도 종전선언, 관련국들간의 정상회담 개최, 평화협정 체결을 통한 평화체제로의 전환 등에 대해 제안해 놓은 상태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주역이 남북한이 되기 위해서는 남북 정상이 관련 문제에 관해 실질적인 논의와 합의를 도출해야 할 것이다. 북한이 기존의 북미협상원칙을 유보하고 남북당사자원칙 또는 3자 내지 4자회담을 수용하게 된다면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 매우 의미 있는 정상회담이 될 것이다. 김정일 위원장으로부터 평화체제 논의의 당사자원칙을 확약받는 것도 회담의 성과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민족의 공동번영을 위해 남북 정상은 그동안의 남북경협과 교류협력사업의 추진 실적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고 개선책을 논의해야 한다. 금강산관광, 개성공단 그리고 남북 도로철도연결사업이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추진력을 얻었던 것처럼 동 사업들이 2차 정상회담을 통해 더욱 심화돼야 할 것이다. 내금강으로의 관광지 확대문제를 비롯하여 개성공단 본공단의 활성화문제, 1회 시험운행에 그친 남북도로철도의 상용화 문제 등은 김정일 위원장의 결단을 통해서만 가능할 것이므로 2차 평양 정상회담에서 확답을 받아야 한다. 대신 북측에는 인도적 차원의 구호성 지원뿐만 아니라 개발사업에 대한 본격적인 투자지원책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에너지와 기간산업, 사회간접자본시설 등 북한의 부족하고 낙후된 시설을 남한의 투자협력을 통해 개선하는 사업은 남북 모두에게 유익한 사업이 될 것이다. 통일과 관련한 문제들을 놓고 남북 정상이 함께 논의한다는 것은 아직까지는 실질적 내용보다는 상징적 의미가 크다. 2000년 1차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6ㆍ15 공동선언 1항과 2항에 해당하는 통일의 원칙과 방법에 관해 2차 정상회담에서도 논의를 이어갈 필요가 있다. 구체적이고 실무적인 내용이나 조치들은 각급 실무회담에서 다뤄갈 수 있지만 정상회담에서 포괄적 합의를 도출할 수 있다면 훨씬 효과적일 것이다. 다만, 남북한 정상이 실현 가능성보다는 정치적 상징성에 치중하여 섣부르게 평화선언이나 통일헌장 등을 채택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으며 차기 정권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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