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容元(도서출판 삶과꿈 대표)IMF(국제통화기금)충격의 격변기에 몰락한 기업·기업주와 살아남은 기업·기업주의 윤곽이 대체로 들어난듯 보인다. 재벌개혁과 대기업 구조조정이 계속 된다는 정부 당국자의 강한 발언이 되풀이 되기 때문에 다소의 부침(浮沈)이 또 있을런지는 모르지만 큰 줄기는 이미 잡힌 것이 아닌가 하는 관측들이다.
근래 전문경영인들과 같이 하는 자리에서는 몰락한 기업·기업주들의 후일담, 뒷얘기들이 빠지지 않고 화제에 오른다. 무얼 잘못했길래 생때같던 대기업이 하루아침에 넘어가게 되었는가, 결정적인 잘못은 무엇인가, 쫓겨난 기업주들은 그후 어떻게 되었는가 등이다. 저마다 본대로 느낀대로 때로는 추리소설 쓰듯 그럴싸하게 떠들며 에스컬레이팅되곤 한다. 원래 말이 말을 만들기 때문에 술잔이라도 곁들이는 자리라면 흥미를 돋우는 방향으로 기울에 마련이다. 더구나 해당기업에서 퇴직한 사람까지 끼면 본인의 평소 감정마저 작용하여 엉뚱한 말이 튀어 나오기도 한다.
끝나 버린 일이니까 무슨 말을 해도 망발일 수 없다. TV에 나오는 야구, 축구, 바둑 등의 해설자가 게임결과에 대하여 거침 없는 논평을 하는 것과 비슷하다. 승자(勝者)에게는 이길 만한 이유가 있었을 터이고, 패자(敗者)에게는 질 수밖에 없었던 까닭을 나열하면 된다. 패인(敗因)은 많은 법이다. 몰락한 원인도 경영학 교과서에 나오는 것들을 갖다 붙이면 어느 것이라도 해당될 수 있다. 누구 하나 항변할 사람도 없는 것이 이런 경우이다.
문제는 몰락한 기업·기업주와 살아남은 기업·기업주의 차(差)가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몰락한 것과 살아남은 것은 천국과 지옥의 차(差)만큼이나 엄청나다. 그러나 실제 회사내용과 경영능력이 그렇게 천국과 지옥만큼이나 차(差)가 있었던가 반문(反問)할 때 분명히 가려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 같다.
일본의 저명한 대학교수 구사카 기민토(日下公人)씨는 그의 책에서 도산하는 기업과 살아남는 기업의 차(差)를 거론했는데, 결과적으로 운(運)이 큰 영향을 준다는 결론을 내놓았다. 경제학이나 경영학에서는 운(運)이라는 요소를 빼고 의론되지만, 현실적으로는 운이 중요하다. 도산하는 회사는 『운이 나뻤다』고 하는 것도 훌륭한 해설의 하나이다. 『성공했을때는 자기의 실력, 실패했을 때는 운(運)이라고 해놓고 인간은 밝게, 강건하게 역사를 살아나가는 것이다』고 했다.
우리의 몰락한 기업·기업주도 운이 나빴다고 할 수도 있다. 다만 경영외적인 이유를 하나 추가한다면, 왕세자병, 제왕병, 자기개인관리 잘못을 누군가 준엄하게 꾸짖은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