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여성의 경제활동, 그리고 룸살롱

꼭 1년 전으로 시겟바늘을 돌려본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의 취임 1주년 기념 외신기자클럽 간담회장에서 벌어진 일이다. 질문 기회를 얻은 월스트리트저널(WSJ) 서울특파원은 "한국의 룸살롱 문화 때문에 한국 여성의 취직이 힘들지 않느냐"고 물었다. 당황한 윤 장관은 "한국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는 갈수록 활발해지고 있다"고 넘겼지만 "질문이 적절치 않았다"는 대변인실의 지적에 이 기자는 격분해 욕을 했고 재정부는 공보서비스 중단 조치를 취했다. 많은 매체들이 이를 두고 "우리 정부를, 장관을 모욕했다"고 보도했고 해당 기자는 라디오 아침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할 정도로 당시로서는 큰 화제가 됐다. 3월8일은 '세계 여성의 날'. 재정부 공무원들은 별로 기억하고 싶지 않겠지만 돌이켜보면 그날의 질문은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한국의 부진한 여성 경제활동의 현실을 생각해볼 수 있는 또 다른 시각이었다. 마침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의 사회지표'에는 우리나라의 부진한 여성 경제활동 현실이 그대로 드러났다. 지난 2000년 65.4%에 그쳤던 여성의 대학 진학률이 지난해 80.5%까지 높아졌지만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49.5%로 2000년(48.8%)과 비교해 소폭 상승한 데 그쳤다. 이뿐만 아니다. 여성의 취업 장애요인을 조사한 결과 47.6%가 '육아부담'을 꼽았고 '여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 및 관행(20.9%)'이 그 뒤를 이었다. 남성의 임금을 100으로 놓고 볼 때 여성의 임금 수준은 63.5에 불과했다.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1.55명에 불과하고 갈수록 만혼 현상이 두드러지는 것은 이 같은 '여성 차별적 경제'에 기반을 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 그리고 '룸살롱'으로 상징되는 왜곡된 접대문화. 애써 눈감을 수는 있지만 우리 경제의 질적 도약을 위해 반드시 풀어야 하는 중차대한 과제다. 1년이 지난 오늘, 다시 '세계 여성의 날'이 돌아왔지만 우리는 무엇이 개선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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