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대장' 김정은, 김정일보다 고속승진?

정치국 상무위원이나 조직비서 맡을 가능성<br>김경희ㆍ장성택, 친위세력 인사도 관심거리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7일 셋째 아들 김정은에게 ‘인민군 대장’이라는 첫 공식 직함을 주며 3대(代) 권력 세습 방침을 대내외에 천명했다. 작년 1월 권력 승계자로 내정한지 1년9개월만에 후계자 지위를 공식화한 것이다. 김정은에게 `대장' 칭호를 부여한 것은 북한 사회에서 군이 차지하는 비중을 의식해 선군(先軍ㆍ군 우선)노선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내보이고, 군 경험ㆍ인맥이 일천한 김정은에 대한 군부의 지지를 공고히 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정일은 이날 리영호 군 총참모장(대장)을 차수로 승진시키고 대장 3명 등 40명 가까운 장성급 승진인사를 단행하며 힘센 군부를 다독거렸다. ◇당 직책 공개는 적절한 시기까지 늦출수도 김정일이 44년만에 소집된 노동당 대표자회를 하루 앞두고 후계구도를 공표함에 따라 이번 당대표자회에서 김정은에게 핵심 당직인 정치국 상무위원이나 조직비서를 맡겨 당 차원에서도 후계체제를 굳혀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 다만 정부 당국자와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를 대외적으로 공개하지는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김정은의 어린 나이, 미숙한 경험 등을 고려해 그에 대한 반대 여론이 줄어들 시기를 택해 공개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북한 노동당은 28일 제3차 당대표자회를 열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당 총비서로 재추대했다고 조선중앙TV와 조선중앙방송(라디오)가 전했다. 김정일 위원장이 참석했는지, 다른 결정이 내려졌는지 등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이번 당대표자회의 하이라이트는 김정은과 친위세력에게 어떤 직책을 주면서 후계구도를 뒷받침할 것인가다. 20대 후반인 김정은 혼자 힘으로는 후계체제를 끌고 가기 어렵기 때문에 가장 믿을 수 있는 핏줄과 그 심복들을 후계구도의 버팀목으로 삼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선 27세(1983년생)인 김정은이 당 정치국 상무위원이 될지, 당중앙 군사위원회 위원과 당 조직비서를 겸할지, 아니면 조직비서를 맡으면서 조직지도부장을 겸할지가 최대 관심사다. 김정일은 27세(1969년)에 당 조직지도부 부부장, 31세(1973년)에 당 조직비서, 38세(1980년)에 당 상무위원과 군사위원회 위원이 됐다. ◇'김경희ㆍ장성택 섭정'- 1인ㆍ집단지도체제 윤곽 김정은 후견그룹으로 누가 등장하고, 어떤 직책을 맡을지도 관심거리다. 김정은은 너무 젊고 경험이 적어 권력장악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틈새를 메워줄 후견인으로 고모인 김경희 경공업부장과 고모부인 장성택 당 행정부장 겸 국방위 부위원장이 꼽힌다. 장성택은 작년 4월 최고인민회의에서 국방위 위원에 선임된데 이어 올 6월 국방위 부위원장으로 전격 발탁돼 `2인자'임을 과시했다. 하지만 열린북한방송ㆍ데일리NK 등 대북 매체에 따르면 장성택이 당 최고지도기관인 정치국 상무위원에까지 진출할 경우 김정은에게도 위협이 될 수 있어 김정일이 이를 피할 것으로 보인다. 당과 군을 철저하게 분리하고 당에서도 부장과 부부장, 조직부와 선전부 등을 통해 서로 견제시키는 용인술을 보여 온 김정일이 ‘장성택 섭정시대’를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북한 외화벌이기관 중 노른자인 지하자원ㆍ수산물 등은 이미 대부분 장성택 라인으로 정리된 상태라고 한다. 그래서 장성택은 정치국 정위원이나 당 공안비서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정일이 여동생인 김경희 경공업부장과 장성택의 측근으로 알려진 최룡해 전 황해북도 당 책임비서에게 `군 대장' 칭호를 준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최룡해ㆍ김평해 등 지방당 책임비서 출신 인사들이 중앙당에서도 중용돼 김정은을 뒷받침할 가능성이 높다. 대장 칭호를 받은 김경희의 거취도 주목된다. 그가 당 정치국 상무위원에 오르면 후계자까지는 아니더라도 ‘김경희 섭정ㆍ수렴청정’ 시대가 온다는 분석도 가능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후계자의 조언자로 그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상무위원 구성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장성택ㆍ오극렬ㆍ김영춘 등 실세들이 상무위원이 되면 집단지도체제를 모색할 가능성이, 조명록ㆍ최영림ㆍ김영남 등 80세를 넘었거나 아파서 활동을 제대로 못하는 원로들로 구성되면 김정은 1인 지배체제가 계속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분석이다. ◇軍→당→인민 순으로 권력세습 정지작업 김정일은 김정은 후계체제를 밀어붙이기 위해 치밀한 사전 정지작업을 해왔다. 3~4년 전부터 군(軍)에서부터 김정은 우상화 작업을 진행해 왔다. 외신이 전한 김정은 우상화 자료에서 그는 "군사적 안목이 넓고 실력이 비할 데 없이 높으며, 천재적 영지(英知)와 지략을 지닌 군사의 영재"로 묘사되고 있다. 김정일은 작년 1월 김정은을 후계자로 낙점, 그 결정을 담은 교시를 노동당 조직지도부에 하달했다. 이후 김정은은 김 위원장의 각종 공개활동을 거의 빠짐없이 수행하며 존재를 알렸다. 또 생모 고영희가 살아 있을 때 `샛별장군'으로 불렸던 김정은을 `김대장'으로 지칭하며 공식적인 등장에 대비해 치적 쌓기와 우상화 작업에 힘을 쏟았다. 2012년 `강성대국' 건설을 위해 지난해 5월 개시된 150일 전투 속도전(주민 노력동원)이나 전례없이 성대하게 치러진 그 해 5ㆍ1절(노동절) 행사, 그리고 고 김일성 주석의 97회 생일(4월15일)을 기념해 평양 대동강변에서 성대히 펼쳐진 축포야회(불꽃놀이) 등이 모두 `김대장 작품'이라고 주민들에게 은연중에 선전됐다. 특히 김정은이 ‘컴퓨터에 의한 수치제어’를 뜻하는 CNC(Computerized Numerical Control) 기술을 산업부문에 도입해 생산성을 높이는 사업을 주도하고 있다면서 ‘CNC 주체공업’의 상징으로 포장하고 있다. `김대장을 따르자'는 내용의 김정은 우상화 가요 `발걸음'이 북한 전역에 퍼지기 시작한 것도 작년부터다. `장군복, 대장복 누리는 우리 민족의 영광, 만경대 혈통, 백두의 혈통을 이은 청년대장 김정은 동지'라는 문구와 함께 `발걸음'의 가사가 적힌 포스터도 평양시내 대로변 등에 나붙었다. 최근에는 인민군을 통해 김정일ㆍ정은 부자를 당대표자회 대표로 추대하고, 노동신문을 통해 김정은의 사진이 포함된 김정일의 중국 방문 화보집을 당 간부들에게 배포하고 주민들에게도 알리라고 지시했다. 북한은 고 김일성 주석의 출생연도(1912년) 끝자리수에 맞춰 1941년생인 김정일 위원장의 출생연도를 1942년으로 바꿨듯이, 1983년으로 알려진 김정은의 출생연도를 1982년으로 바꿔 후계 정당화 명분 쌓기에 활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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