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금융지주회사' 세워야 할 판

새누리당 내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이 '중간금융지주회사'를 설립해 대기업집단의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을 완전히 분리하는 법안을 발의하기로 했다. 기업집단을 금융과 산업 등 두 개의 큰 패키지로 양분하는 것이다. 산업자본인 제너럴일렉트릭(GE)이 금융지주회사인 GE캐피털서비스를 통해 금융계열사를 모두 관리하는 'GE모델'과 흡사하다.

하지만 실천모임의 금산분리 방안은 박근혜 대선후보나 당론과 차이가 있어 법안 통과에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또 대기업들도 중간금융지주회사를 신설하고 계열사 간 지분을 정리하는 비용이 막대한데다 지분정리 과정에서 외국인 등의 기업 인수합병(M&A)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는 위험한 발상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새누리당 쇄신파 의원들로 구성된 실천모임은 23일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기존에 보유한 대기업 금융계열사 지분을 모두 처분하라고 하는 것은 경제현실에 맞지 않다"면서 "일반지주회사 아래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을 두지만 이를 분리하면 당초 계획했던 금산분리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금산분리 강화방안을 대표 발의한 김상민 의원은 "우리나라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삼성그룹의 금융계열사 소유권까지 제한하는 것은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며 "중간금융지주회사를 도입해 금융계열사를 이에 편입시키면 소유권은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의 경우 삼성생명이 삼성전자와 삼성카드ㆍ삼성화재ㆍ삼성증권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데 삼성금융지주회사를 새로 설립해 삼성생명ㆍ삼성화재ㆍ삼성증권 등 금융계열사를 하나로 묶어야 한다. 반면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일반지주회사의 계열사로 떼어내야 한다.



실천모임은 당초 대기업의 2금융권 보유지분율을 제한하거나 보험 등 비은행금융지주가 제조업체를 자회사로 두는 것을 금하는 방안을 추진했는데 이 방안은 다소 약화된 것이다.

이 같은 방안에 대해 박 후보는 다소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박 후보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가 금산분리 방향으로 가고 있다. 우리도 신경을 써야 한다"고 전제했지만 "지배구조의 관점이 아니라 경제력집중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실천모임은 금융자본의 산업자본에 대한 의결권도 제한하기로 했다. 특히 15%까지만 인정하고 있는 예외조항을 삭제해 중간금융지주회사 전환을 유도하기로 했다.

또 담합행위를 주도했거나 이를 통해 최대 수혜를 받은 사업자에 대해서는 담합자진신고감면제도(리니언시) 혜택을 전부 또는 일부 제한하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