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켓볼을 계속 하려면 영어공부를 더 열심해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작년 연말 크리스마스를 앞둔 국내 라켓볼계에는 깜짝 놀랄만한 뉴스가 전해졌다. 불과 초등학교 6학년 밖에 안되는 학생이 12월 15일~21일까지 일정으로 멕시코 후아레즈에서 열린 제17회 세계 주니어라켓볼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냈던 것이다. 만 18세이하 주니어 선수중 세계 최강자를 가리는 이 대회에서 국내선수가 우승을 차지한 것은 국내 라켓볼 사상 처음있는 일이다. 주인공은 인천 가석초등학교 6학년에 재학중인 만 12세의 임지수군. 임군은 6살때 부터 스포츠센터에 다니는 아빠의 손을 잡고 따라나섰지만 라켓볼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1년전"이라고 말했다. "경쾌한 파열음, 빠른 스피드에 매료돼 매일 치고 싶었는데 학교 성적이 '평균 90점이상 나오지 않으면 운동을 시키지 않겠다'는 부모님 말씀에 따라 일주일에 세번, 하루 2시간 정도씩만 했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부모님은 전문적인 운동선수 보다는 지금처럼 방과후 체력 단련용으로 라켓볼을 허락했다고 한다. '영어공부' 얘기가 왜 나왔는지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국내 라켓볼계가 임선수의 등장에 기대를 하고 있는 것도 사실 바로 이점인 듯 했다. 라켓볼이 격렬한 스포츠만이 아니라 남녀노소 불문한 가족 스포츠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임선수의 지도를 맡고 있는 신승한 코치는 "강요에 의한 운동이 아니라 놀이라는 인식을 갖고 운동하도록 지도한 점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이번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는 만 6세부터 18세까지 2세 단위로 나눠 6세ㆍ8세ㆍ10세ㆍ12세ㆍ14세ㆍ16세ㆍ18세 등 총 7개 그룹으로 나눠 진행됐다. 임선수가 기대를 모으는 것은 12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14세급에 출전해 우승했다는 점. 신코치는 "국내 출전선수가 단 1명뿐이어서 불가피하게 14세급에 출전해 타국선수와 한조를 이뤄 뛰게 됐다"고 말했다. 임선수는 개인전에서는 12세부에 출전했지만 단 한번의 실수로 A군에서 밀려나 B군 최강자를 겨루는 블루그룹부문에서 우승하는데 그쳤다. 국내 라켓볼계는 임선수를 미국 프로선수로 진출시킨다는 구상도 진행하고 있다. 이상수 전국라켓볼연합회 전무는 "미국내 10위권 수준의 선수로도 육성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해 지원체제를 가동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여건도 좋다. 신장이 178cm에 달할 정도여서 충분히 국제적인 선수로 발돋움 할 수 있는 체격을 갖췄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임선수는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성적을 내 부모님께 운동시간을 더 많이 할당받을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