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OECD 회원 1년의 모습(사설)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지 꼭 1년이 됐다. 선진국들의 모임에 끼어든 1년간의 끝은 참으로 침울하다. 국가부도 위기를 맞아 국제통화기금에 경제주권을 내주고도 그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허덕이고 있다.아시아에서 두번째로 회원국이 되었고 선진국과 어깨를 겨누게 되었다며 잔치를 벌이고 흥청거리던 호기는 찾아볼 수 없고 가입이전의 위상만도 못한 자리로 내려앉아 「고개숙인 나라」로 전락했다. 1만달러라던 국민소득은 반으로 줄어들었다. 국가신인도는 추락을 거듭해 신용등급이 아프리카 국가들의 수준으로 밀려났다. 국가경쟁력은 꼴찌권을 맴돌고 있다. 선진국의 문턱으로 간게 아니라 후진한 것이다. 불과 1년사이에 허세가 들통났다. 발가벗겨진 채 세계인의 조롱거리가 됐다. 부러워하던 나라들이 그럴줄 알았다는 듯 등을 돌리고 있다. 부자나라들은 이제 별 볼일 없다는 듯 따돌리기도 한다. OECD에 가입할 당시 반대와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지만 그래도 한가닥 기대를 걸었던 대목은, 우리 스스로 못해온 경제개혁을 OECD힘을 빌려서 촉진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었다. 고비용저효율 구조의 혁파를 통한 국가경쟁력 강화가 국가적 과제였다. 경제기초 체질개선과 국제기준의 경제질서 구축이 시급했던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조직 축소·재정건전화·금융구조 개혁·노동시장 유연성·기업경영투명화·사회간접자본 확충 등을 서둘러야 했다. OECD가입이 이같은 과제를 푸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했던 것이다. 그러나 문민정부는 허세에 들떠 부자놀음에 바빴다. 세계화·국제화 구호만 요란했을 뿐 정책은 겉돌았다. 겉멋에 흥청망청 소비를 늘렸고 거품을 부풀렸다. 이제 가면이 벗겨지는 고통을 안게됐다. 부자인 척했던 살림은 거덜나고 빚더미 위에 앉았다. 빚얻어 빚을 갚아야 하는 국가부도 사태를 맞은 것이다. 우리는 지금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밖에 없다. 자탄하고 있을 시간조차 없는 급박한 처지에 몰렸다. 합심해서 위기극복의 지혜를 모으고 역량을 결집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나마 얻을 수 있는 교훈은 국가지도력의 중요성과 한건주의의 위험성을 재확인 했다는 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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