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16일 러시아가 이라크 전후 복구에 참여하는 것은 환영하지만 이라크에 대한 채권을 탕감하는 조건으로 기존 석유 계약의 기득권을 보장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이에 앞서 대 이라크 채권을 포기하는 대신 이라크와의 기존 석유 개발 계약을 유지시켜줄 것을 미국측에 제안한 바 있다.
미국의 알렉산더 베시보 주러시아 대사는 이날 모스크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채무와 석유 개발 부문을 포함한 이라크 재건 문제는 별개 사안”이라면 “이것이 결코 연계돼서는 안 된다는 판단”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러시아는 이라크에 대해 80억 달러의 채권을 갖고있으며, 러시아 석유 대기업 루코일은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 정권과 막대한 석유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베시보 대사는 그러나 이라크가 외국 기업들과 이미 체결한 계약들이 “사안 별로 검토될 것으로 본다”면서 “이라크와 체결된 많은 (외국 기업의) 계약들이 여전히 법적으로 유효하지 않겠느냐는 판단”이라고 말해 선택적으로 계약이 유효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
그는 “일부 근본적인 견해차에도 불구하고 러시아가 전후 이라크 복구에 참여하는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의 이라크 평화유지활동 참여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베시보 대사는 그러나 러시아가 독일 및 프랑스와 함께 끈질기게 요구해온 이라크 전후 복구와 관련한 UN의 역할에 대해서는 “UN이 중요한 역할은 수행할 수 있으나 중추가 될 수는 없다는 방침은 불변”이라고 못박았다. 그는 UN의 역할에 대해 안보리 이사국들과 협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병관기자 comeo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