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만드는 것은 오랜 시간 아이를 잉태하면서 온갖 사랑과 정성을 다 쏟는 산모의 마음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그렇게 태어난 아기가 좀 못생기고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엄마의 노력과 결과물인 아기는 정말 소중하고 숭고한 것입니다. 영화도 마찬가지로 온갖 노력에도 불구하고 재미가 없을 수도 있고 흠이 있을 수도 있지만 관객과 영화 관계자들이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지고 애정을 줬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24일 서울 신사동 수필름 본사에서 만난 민진수(사진·42) 대표는 무엇보다 영화 제작자들의 노고에 대한 격려와 열악한 제작 현실에 대한 이해를 당부했다. 그는 "기획에서 시나리오 작업을 거쳐 영화 한편이 만들어지기까지 평균 2~3년이 걸리는데 아주 잘 나가는 영화가 2주, 그 외는 극장에서 1주일도 버티기 힘들다"며 "며칠 동안 상영되는 영화조차도 흥행에 실패하면 수년간 제작에 온 힘을 쏟아 부었던 영화사는 사실상 문을 닫아야 하는 형편"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민 대표는 "영화 제작사들은 영화 외에는 따로 수익원이 없어 한편을 제작하는 동안 벌어 놓은 돈이나 개인 돈으로 회사를 유지해야 한다"며 "이렇다 보니 영화 한 편 만들고 사라지는 제작사가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그가 영화사들이 지속 가능한 경영을 통해 작품성 있는 영화를 생산해 내기 위해선 정부와 투자배급사 등 영화 관계사, 그리고 제작사의 협업과 노력을 통해 투자 활성화 등 안정적인 제작 환경을 조성하고 수익 플랫폼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역설하는 이유다.
민 대표는 "대기업인 투자 배급사들이 수익의 대부분을 가져가고 정작 힘들여 만든 우리들은 적절한 수익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며 "제작 현장은 언제 눈이 올지도 모르고 환경 예측이 불가능해 제작비 상승 요인이 발생하는데 이 조차도 제작사들이 다 감당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그는 영화제작사들에도 회사만의 브랜드를 만드는 등 스스로 경쟁력을 갖추도록 애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부분 사람들이 영화는 알아도 어느 영화사가 기획을 하고 시나리오를 개발해 제작했는지는 모른다"며 "제작, 기획 능력은 물론 영화사들은 자기만의 색깔을 갖고 브랜드를 만들고 인지도를 높여 성장 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말만 앞선 게 아니다. 민 대표가 이끄는 수필름은 로맨틱코미디 영화를 주로 제작하며 자기만의 색깔을 만들어 가고 있다. 회사의 대표 작품으로는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오감도''김종욱 찾기''내 아내의 모든 것'등이 있다.
그는 "러브액츄얼리 등을 만든 영국 영화제작사 워킹타이틀은 전세계적으로 수많은 팬을 갖고 있고 국내에서도 여성들에게 꽤 유명하다"며 "우리 회사도 로맨틱코미디 제작사로 명성을 높여 언젠가는 워킹타이틀 영화가 한국의 수필름 영화를 닮았다는 얘기를 듣고 싶다"고 바램을 드러냈다.
민 대표는 지난해 관객몰이를 하며 흥행에 성공한 작품 '내 아내의 모든 것'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그는 "우리 영화가 극장에 올라가고 일주일 뒤 '맨인블랙3'가 개봉했는데 모두의 예상을 깨고 관객 수에서 우리가 두 배 이상 차이로 이겼다"며 "제작비와 인지도로는 비교도 안 되는 싸움이었지만 관객들에게 감동을 주고 진실을 전달한 것이 통했다"고 뿌듯해했다.
그는 한국영화의 경쟁력 강화와 발전을 위해서는 다양한 영화가 제작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피력했다. 민 대표는 "꼭 재미있고 흥행 위주의 영화를 떠나 외국처럼 독립영화, 상업영화 등 모든 분야의 영화들이 상영돼 관객들이 영화에 대해 토론도 하고 얘기를 할 수 있는 문화가 조성돼야 한다"며 "이윤을 추구하는 사기업이 못한다면 국가 차원에서 예술영화를 볼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자라나는 세대들한테 영화 등 문화는 상당히 중요한데 폭넓고 심도있는 문화 아이템들을 접하게 해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고 이를 통해 우리 문화와 국가에 대한 자긍심을 심어주는 게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영화를 뮤지컬, 연극 등 다른 콘텐츠로 확장할 계획도 밝혔다. 민 대표는 "내년에 내 아내의 모든 것을 뮤지컬로 만들어 국내 창작뮤지컬의 경쟁력도 키우고 수년간 제작한 영화를 활용해 부가가치도 높이겠다"며 "영화 제작사들이 경쟁력을 높여 스스로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끊임없이 기획하고 좋은 작품을 개발해 영화 산업에 대한 인식을 업그레이드하는데 앞장서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