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대출관행에 수출축소 눈물”/철선제조업체 신안산업의 한

◎수요 쏟아져도 원료구입자금 없어 발만 동동/중기청 자금배정도 은행선 ‘담보없다’ 거부기술도 있다. 수출물량도 확보했다. 하지만 원재료 살 돈이 없어 수출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업체가 있다. 인천 남동공단에 있는 신안산업(대표 김례식·48)은 지난 93년 설립된 회사로 철선을 만든다. 지름 4㎜에서 0.28㎜까지의 극세선을 생산하고 있다. 이 철선은 쓰임새가 많다. 쥐들이 전선의 피복을 갉아먹지 못하도록 옷을 입힐 때 이 철선을 쓴다. 전선이 들어가는 곳에는 대부분 필요하다. 비행기나 자동차의 필터용으로도 쓰인다. 특히 일본에서는 고베 지진 이후 모든 건물의 유리에 이 철선을 넣도록 해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유리가 깨졌을 때 피해를 줄이기 위한 것이다. 신안은 그동안 철선제조에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고 도입해서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수출을 시작했다. 일본의 미쓰비시(삼릉), 도레이(Roray), 삼황철선과 연간 2천만달러어치의 수출계약을 맺었다. 이 철선은 국립기술품질원으로부터 우수 자본재로 지정받아 EM(Excellent Metal)마크를 받았다. 수출가격도 지름 0.32㎜철선의 경우 톤당 1백55만엔으로 국내 유통가격보다 훨씬 높다. 철선을 만들려면 원재료인 로드(Rod·지름 5㎜짜리 철선)가 필요하다. 로드는 포항제철 제품이 최고인데 워낙 공급이 적어 사실 돈이 있어도 사기가 힘들다. 그러나 포철은 신안산업 철선의 품질이 좋고 수출계약까지 끝냈기 때문에 원하는 만큼 모두 공급해주기로 약속했다. 그렇지만 신안은 로드를 살 돈이 없다. 철선 만드는 기계를 사는데 모두 썼기 때문이다. 이 기계는 한달에 1천2백톤의 철선을 생산할 수 있다. 그런데 원재료가 부족하기 때문에 4백여톤밖에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 8백톤만큼은 기계가 놀고 있는 것이다. 김예식 신안사장은 대출을 받으려고 뛰어다녔다. 그 결과 인천시에서 2억원, 중기청에서 3억원의 운전자금 대출배정을 받았다. 하지만 막상 은행에서는 담보가 없다며 대출을 거부했다. 신안은 기계 구입을 위해 부동산담보를 모두 썼다. 더이상의 담보가 없는 상태다. 일본은 인건비가 비싸 철선을 만들지 않는다. 동남아국가들이 철선을 많이 생산해내지만 품질이 떨어져 외면받고 있다. 신안만이 거의 유일하게 좋은 품질의 철선을 생산해내고 있다. 미쓰비시 등 수입회사들은 얼마든지 철선을 사겠다며 생산량을 늘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사장은 『포철의 조사에 따르면 신안의 철선품질로 볼 때 앞으로 15년 정도는 시장을 독점할 수 있다』며 『좋은 기술이 있고 수출도 얼마든지 확대할 수 있는데 생산을 늘리지 못하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고 하소연했다. 신안은 현재 영국 등 유럽국가들과도 수출상담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확답을 주지 못하고 있다. 수출물량을 댈 수 있을 지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일본과도 계약물량만큼 수출하지 못하더라도 클레임을 걸지 않는 조건으로 계약을 해야 했다. 『대만만 하더라도 수출을 한다고 하면 정부에서 이것저것 알아서 모두 도와 줍니다. 담보만 따질 것이 아니라 기술의 수준이나 수출전망을 파악해서 과감히 지원을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김사장은 요즘 대부분의 시간을 금융기관에서 보내고 있다.<한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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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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