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진대제 장관의 '열정'

최근 정보통신부의 지상파 이동멀티미디어방송(DMB) 정책을 보면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된다. 지상파DMB는 KBS 등 지상파 방송을 휴대폰 등을 통해 무료로 시청할 수 있는 서비스로 이달 1일부터 시작됐다. 지상파DMB가 해외수출을 크게 늘릴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에 대해서는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동안 국내 통신시장의 조타수 역할을 해온 정통부가 지상파DMB에 대해 취하고 있는 입장은 도(度)를 넘었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최근 진대제 정통부 장관은 이동통신사들이 지상파DMB폰 유통에 나서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 “‘담합’에 해당하는 것으로 처벌 대상에 포함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더 나아가 현재 국내 이통사들의 영향력을 크게 줄일 수 있는 ‘가입자식별모듈(SIM) 카드’ 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상당수 통신서비스 업체 관계자들은 이 같은 진 장관의 발언을 거의 ‘협박성 압박’이나 다름 없는 것으로 평가한다. 특히 이통사들이 현재 지상파DMB폰을 유통하지 않는 것에 대해 통신사들은 물론 공정거래위원회나 방송사마저 “담합이라기보다는 수익모델의 부재에서 오는 사업적인 판단”이라고 볼 정도다. 설령 지상파DMB폰 유통과 관련해 이통3사의 담합 가능성이 있다 하더라도 진 장관은 방송사들이 일제히 위성DMB 측에 지상파 방송을 재전송하지 않는 점에 대해서도 담합 가능성을 지적했어야 마땅하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업계에서는 ‘진 장관이 향후 정치적 행보를 염두에 두고 방송사와 유권자들의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 ‘휴대폰 제조업체의 최고경영자(CEO)라는 전력을 감안할 때 팔이 안으로 굽은 것 아니냐’는 등의 루머마저 떠돈다. 진 장관은 참여정부의 최장수 장관으로 국내 IT산업 발전을 위해 열정적으로 일해왔다. 하지만 요즘의 행보는 열정을 넘어 과열로 비치기 십상이다. 진 장관이 ‘냉정’과 ‘열정’을 적절히 조화시킬 줄 알아야 한다는 게 통신서비스 업체들의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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