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토요 산책] 산에 버린 번민 그리고 쓰레기

김순자 평택대 교양학부 교수


이제 계절은 한겨울로 접어들고 있는데 여전히 주말이면 유명 산에는 등산객들로 붐빈다.

사람들이 본격적으로 산을 찾기 시작한 것은 불과 몇 년이 되지 않았다. 경제적으로 주머니 사정이 많이 나아졌고 무엇보다 토요 휴무제 등 사회 복지가 크게 개선됐기 때문이리라. 여기에다 웰빙과 힐링 등 건강 바람이 불면서 등산만큼 몸에 좋고 비용도 적게 드는 스포츠가 없다는 인식도 한몫을 했을 것이다. 우리나라 산은 대부분이 1,000미터 이하로 어지간한 체력만 있으면 누구나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다.


등산객 투기·음주 무질서 도 넘어

사람들은 직장에서의 스트레스, 가족과의 불화 등 지우고 싶은 것들을 산에서 조용히 버리고 가고 싶어 한다. 이렇듯 산에 가면 어느 계절을 막론하고 버릴 것이 참 많다. 스님들이 세상의 이치를 깨닫기 위해 가는 곳이 산이고 무속인들이 기복신앙을 위해 찾는 곳이 산이다.


논어에 나오는 인자하고 덕이 있는 사람은 산을 좋아한다는 뜻의 인자요산(仁者樂山)이라는 말을 보면 확실히 산은 마음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처럼 산에 가면 버려서 얻는 것들이 참 많지만 버리지 말아야 할 것들도 적지 않다. 사소한 것 같지만 등산로 곳곳에 함부로 버려져 있는 각종 쓰레기를 보면 이내 눈이 찌푸려진다. 최근에는 과일 껍질을 비롯해 먹던 음식물까지도 산짐승들 먹으라고 곳곳에 던져놓고 간다. 어디 이뿐일까. 금지된 흡연을 한 뒤 꽁초를 보란 듯이 던져놓고 가고 산 정상에서는 막걸리 파티까지 벌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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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 탐방로 초입에 붙은 '자신의 자취만 남기고 오세요'란 표지를 쉽게 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등산을 하면 꼭 표시를 낸다. 버리고 소리 내고 이것도 모자라 술까지 마셔댄다. 이렇듯 산에 가면 남도 아랑곳 않고 자신들을 드러내야 할까. 산에는 비우러 가는 것이 아니라 아예 배를 채우고 자신의 욕심만을 자연에 드러낸 채 내려온다. 캐나다와 미국의 국립공원은 심지어 등산객들의 배설물조차 비닐봉지에 담아오도록 한다. 이런 노력 덕에 그들의 국립공원은 천혜의 청정지역으로 유지·관리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국민들의 1인당 국민소득은 2만2,000달러로 전 세계 34위를 차지했다. 1970~1980년대 어려운 시기를 잘 이겨내고 이제 우리나라도 먹고살만한 나라에 진입했다는 것이리라.

산, 양심 아닌 마음 비우는 곳 돼야

하지만 등산 에티켓을 비롯한 국민 의식 수준을 조사하는 데이터가 있다면 과연 우리나라는 어느 위치에 있을까. 1인당 국민소득 4만8,000달러로 세계 12위를 차지한 이웃 나라 일본에는 '메이와쿠'라는 말이 있다. '남한테 폐 끼치지 말자'라는 뜻으로 일본 국민들의 인성 교육에 근간이 된다. 이런 교육 덕분인지 2011년 일본 동북부를 덮친 대형 쓰나미 사건이 발생했는데도 약탈과 사재기가 일어났다는 보도는 없었다.

산에는 다들 버리고 내려놓으러 가고 싶어 한다. 그곳에 우리 마음의 본향인 대자연이 살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버리고 내려놓은 것이 상대를 향한 미움이고 욕심이지 쓰레기나 잃어버린 양심은 절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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