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의 우량주 '싹쓸이' 현상이심화되는 가운데 국내 대형빌딩들도 외국계에 속속 넘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올들어 미국, 유럽, 싱가포르, 일본 등 외국계 투자회사나 리츠(부동산투자전문회사)가 매입한 서울시내 빌딩은 13곳, 7천321억원어치에 달하고 있다.
이는 건수나 절대금액면에서 지난해 전체 외국계의 빌딩 매입규모를 초과하는것으로 지난해는 7곳, 7천70억원어치의 서울시내 빌딩이 외국계에 넘어갔었다.
올들어서는 지난 1월 싱가포르투자청이 중구 코오롱빌딩과 무교동 현대상선빌딩을 1천190억원에 매입한 것을 시작으로 여의도와 중구, 을지로 일대의 도심빌딩들이속속 팔려나가고 있다.
최근에는 독일계 투자은행인 도이치방크가 삼성생명이 보유하고 있던 충무로빌딩, HSBC빌딩, 여의도빌딩, 삼선동빌딩 등 4개 빌딩을 2천37억원에 일괄 매입해 시장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특히 올해는 그동안의 매입 주체였던 미국계 투자기관들을 대신해 유럽과 아시아지역의 투자자금이 속속 들어오고 있다.
유럽에서는 영국계 투자회사인 프루덴셜자산투자운용, 도이치방크, 네덜란드계인 로담코 등이 투자에 나섰으며 아시아에서는 싱가포르투자청과 일본계 부동산 투자회사들이 국내빌딩을 속속 매입하고 있다.
외환위기이후 국내빌딩을 대거 매입했던 모건스탠리, 론스타, 골드만삭스 등의미국계 펀드들은 지난해부터 빌딩을 매각하기 시작해 20~40%에 이르는 높은 투자차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이처럼 외국 투자기관들이 국내 빌딩시장을 지배하는 현상이 결국국내 기관들의 취약한 자금력에서 빚어진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국내 리츠들의 자산운용 규모가 2천억원을 넘기 힘든 상황에서 수조원의 자금을가진 외국계 투자회사들이 주식시장에 이어 국내 우량빌딩마저 '싹쓸이'하는 것을막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빌딩정보업체 샘스의 이지훈 리서치담당은 "국내 빌딩의 임대수익률이 선진국보다는 상대적으로 높아 외국계 자금이 속속 들어오고 있다"며 "외국계 투자기관의 자금여력이 워낙 풍부해 당분간 이들의 독주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연합뉴스) 안승섭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