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사학법 통과 후 여야 행보 극과 극

정세균(왼쪽) 열린우리당 의장 겸 원내대표가 13일 강원도 철원의 한 전방 초소를 찾아 장병의 발을 닦아주고 있다. /김동호기자

박근혜(왼쪽 세번째) 한나라당 대표와 소속 의원들이 13일명동 거리에서 장외집회를 갖고 사학법 개정안 통과 무효를 주장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학법 개정의 후폭풍에 선 여야의 행보가 극과 극이다. 열린우리당은 민생 행보를 이어가는 반면 한나라당은 투쟁 일변도의 길을 걷고 있다. 우리당은 한나라당의 국회 운영 동참을 타진 중이지만 속내는 그렇지 않다. 한나라당이 계속 장외에 머물 경우 더욱 곤란에 빠질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 있다. 국회로 돌아와도 좋고 안 들어와도 좋다는 생각이다. ‘꽃놀이 패’를 쥐고 있는 셈이다. 반면 한나라당은 선택의 폭이 좁아졌다. 장외집회 첫날인 13일 명동과 서울역 집회에서 시민들의 반응이 싸늘했기 때문이다. 당 내부에서조차 ‘장외투쟁은 무리’라는 불만이 어렵지 않게 감지된다. 그렇다고 대안이 있지 않다는 게 한나라당의 고민이다. 흥행성적이 저조하다고 해서 장외투쟁을 접을 경우 당 주류의 지도력이 흔들릴 수 있는 상황까지 예상된다. 진퇴양난의 외통수에 걸린 격이다. 과연 이 같은 흐름은 어떻게 이어질까. 여론의 향배에 달렸다. 우리당은 민생 챙기기를 계속하며 사학법 개정의 당위성을 적극 홍보해나갈 계획이다. 반면 장외투쟁의 흥행 관리에 전력할 수밖에 없는 처지인 한나라당은 오는 16일(금) 촛불집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최대한 많은 인파를 끌어들이기 위해 대여 강경투쟁의 불씨를 되살리겠다는 의지다. 우리당-민생법안 챙기기 주력…2野와 예결특위 열어 한나라 국회복귀 압박 '열린우리당 살길이 보인다.' 이기명 국민참여연대 상임고문이 지인들에게 보낸 편지의 제목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후원회장을 지낸 이 고문의 편지 제목과 내용처럼 여당은 활기에 차 있다. 우선 민생 행보가 눈에 띈다. 정세균 당 의장 겸 원내대표는 13일 강원도 철원 지역의 군 병원과 부대를 찾았다. 정 의장은 단순한 위문 방문에 그치지 않고 전방 초소 병사들의 발을 직접 씻어주기도 했다. 앞서 주부들과 대화를 가졌던 정 의장은 14일에는 이웃돕기성금을 전달하는 '사랑의 열매' 전달식을, 15일에는 서울 명동에서 구세군 일일체험에 나선다. 우리당의 '민생 속으로' 릴레이에는 장외투쟁이라는 초강수를 들고 나온 한나라당과 차별화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서민중심 정당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동시에 국회 파행의 책임을 한나라당에 돌리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전병헌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한나라당이 새해 예산안과 부동산대책입법 등 시급한 민생입법 과제들을 외면한 채 정략적인 장외투쟁에 나서고 있다"며 "우리당은 한나라당의 국회 복귀를 압박하는 동시에 차곡차곡 민생을 챙기는 양면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운영도 생각만큼 어렵지 않다. 민주당ㆍ민노당과 예결특위를 예정대로 열어 한나라당의 등원을 압박하며 물밑에서는 공식ㆍ비공식 채널을 통해 대화와 타협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장외투쟁이 국민의 열렬한 호응을 얻지 못하면서 다음 행보가 무겁기만 한 한나라당의 입장에 반해 우리당은 임시국회를 유리하게 이끌고 갈 전략적 스펙트럼을 넓힐 수 있는 호기를 맞은 형국이다. 우리당은 한나라당이 어떻게 대응해도 나쁠 게 없다는 입장이다. 한나라당이 투쟁강도를 높이면 반사이익을 쌓아가고 국회로 돌아올 경우에는 국회 정상화라는 정치적 승리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래도, 저래도 좋다는 우리당의 속내에는 사학법 개정의 당위성을 국민들에게 널리 알려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우리당의 정국 전략은 크게 세 가지로 예상된다. ▦민생 챙기기로 한나라당과 차별적인 이미지를 만드는 데 주력하고 ▦원내에서는 상임위별로 한나라당 없이 회의를 열기도, 한나라당의 등원을 기다리며 회의를 연기하기도 하는 등 강온 양면 정책을 구사, 한나라당을 압박하며 ▦한나라당이 노리는 보수와 진보의 이분법적 논리를 깨기 위해 사학법 개정의 당위성을 알리는 작업을 병행한다는 것이다. 한나라-혹한속 장외투쟁 나서…첫날 시민반응 냉담속 16일 촛불집회에 역점 한나라당의 장외집회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13일 서울 명동과 서울역에서 장외집회를 가졌지만 영하 11도의 혹한 탓인지 시민들의 호응을 이끌어내는 데는 실패했다는 평가다. 첫 장외투쟁이라는 상징성이 무색할 정도다. 박근혜 대표는 이날 집회에서 "지난 3년간 정부와 여당은 국민에게 추위를 줬다. 참여정부 3년간 대한민국은 추운 겨울이었다"며 공세를 퍼부었다. 박 대표는 "사학법 날치기는 교육과 헌법을 날치기한 것"이라며 "아이들이 영문도 모른 채 반미를 외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대표의 첫 장외집회에는 중앙당 및 서울시당 당원을 중심으로 350여명의 관계자와 박사모 회원 50여명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이규택 최고위원, 임태희 원내수석부대표, 이계진 대변인 등 당직자들과 홍준표ㆍ박진ㆍ남경필 의원 등 소속 의원 30여명도 참여했다. 박 대표와 의원ㆍ당직자들은 시민들에게 사학법의 부당성을 주장한 전단지를 직접 배포하는 등 홍보에도 적극성을 보였다. 하지만 집회 결과는 기대 이하라는 평가다. 박 대표가 늦게 도착하면서 예정 시각인 11시30분보다 45분 늦어진 12시15분에 시작된 집회는 불과 15분 만에 끝났다. 더구나 추운 날씨 속에 일반인들의 참여는 드물었고 '스타급'인 박 대표가 단상에 섰을 때만 50여명의 구경꾼이 모여들었을 뿐이어서 당 관계자들의 속을 태웠다. 한나라당의 한 당직자는 "날씨마저 한나라당에 협조를 하지 않는다"고 농 섞인 푸념을 던졌다. 날씨뿐 아니라 박 대표 등 지도부의 대처방식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당초 박 대표 등 지도부가 법안이 통과된 후 주말을 허비하다 뒤늦게 장외로 나서 효과가 의문시된다"고 우려했다. 한 초선 의원은 장외투쟁에 대해 "답답하다.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며 언급 자체를 피했다. 서울역 집회 분위기도 비슷했다. 박 대표는 아예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지도부에 속한 한 재선의원은 기대 이하의 반응을 의식한 듯 "사람 수가 중요한 게 아니다. 오늘은 집회가 아니다. 16일 촛불집회를 위한 홍보전일 뿐"이라고 말했다. '시민들의 뜨거운 반응으로 장외투쟁은 대규모로 치러질 것'이라던 지도부의 장담이 단순 홍보행사로 전락한 셈이다. 한나라당의 고민은 물러설 곳이 없다는 데 있다. 장외투쟁을 접거나 강도를 낮출 경우 '판단 실패'에 따른 당 안팎의 거센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안은 지지세력 대결집. 장외투쟁을 진보와 보수와의 대결 구도로 몰아가 금요일 촛불집회에 보수 교단, 사학계의 지원을 받아낼 계획이다. 박 대표와 종교 지도자들과의 만남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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