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세상 속인 기발한 가짜들 이야기

발칙하고 기발한 사기와 위조의 행진<br>브라이언 이니즈 지음, 휴먼앤북스 펴냄


“이태원이 도대체 어디냐. 꼭 한 번 가 보고 싶다.” 수 년 전, 한 미국 여인이 기자에게 간곡히 부탁했다. 그녀는 유학간 친구의 스승이자, 학회 참석차 서울에 온 미국의 유명 주립대학 교수였다. 지루한 학회보다도 그녀의 마음은 이태원 골목길에 가 있었다. 자신의 한국인 제자에게 이른바 ‘이태원 짝퉁’의 명성을 익히 들은 그녀는 한국에 오면 꼭 가짜 명품 핸드백을 사겠다고 다짐했다. 알음알음 물어 도착한 이태원의 구석진 한 지하창고는 그야말로 ‘별천지’였다. 그녀는 눈이 휘둥그레지며 그 자리에서 단돈 30만원에 핸드백 3개를 샀다. 그토록 간절하고도 공손한 말투로 외국인으로부터 “고맙다”는 인사를 받은 건 그 날이 처음이었다. 전세계에 명성(?)을 떨치고 있는 한국의 ‘가짜’들. 그 ‘가짜’에도 역사와 전통이 있다. 시대의 명품부터, 미술품, 신분증, 화폐에 통조림까지…. 가짜는 언제나 우리를 유혹하고, 우리는 깜빡 속은 채, 혹은 가짜인줄 알면서도 그 매력에 속아 넘어간다. 그렇기에 세상엔 언제나 각종 사기꾼들로 넘쳐난다. ‘발칙하고 기발한 사기와 위조의 행진’이라는 이 당돌한 제목의 책은 세상을 속인 각종 ‘가짜’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갖가지 위조된 것들을 둘러싼 에피소드와 이의 진위여부를 가려내기 위한 정밀한 기술이 소개된다. 감정 전문가를 감쪽같이 속인 가짜 미술품들의 퍼레이드가 펼쳐지고 가짜를 만들어 낸 사기꾼들의 화려한 활약상도 펼쳐진다. 유럽의 르네상스는 가짜들의 손에서 태어났다. 미켈란젤로도 가짜 미술 제작자였다. 1496년, 그는 ‘잠자는 큐피트’라는 조각상을 모사했고, 이를 고대 조각작품이라고 속여 추기경에게 팔았다. 나중에 추기경은 가짜라는 걸 알고 돈을 돌려달라고 했지만, 주위 사람들은 조각상의 가치를 알아볼 줄 모른다며 그를 비난했다. 피렌체의 촌뜨기 화가가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아티스트로 탄생하는 순간이다. 고대 그리스 수학자였던 아르키메데스가 사실은 가짜 주화 식별 전문가였다는 옛날 얘기부터 의사 신분으로 속이고 한국전쟁에 참전했다가 얼떨결에 한국군 세 명을 살리고 훗날 명의로 이름을 날린 의사 데마라 등도 소개된다. 영화 ‘캐치 미 이프 유 캔’으로도 우리에게 잘 알려진 희대의 사기꾼 프랭크 애버그네일도 빼놓을 수 없는 가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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