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기업들이 상장을 꺼리는 이유

증권시장의 지속적ㆍ안정적 성장을 위해서는 우량기업의 상장이 꾸준히 이뤄져야 한다. 투자매력이 있는 기업의 공개는 투자자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자금의 증시유입을 촉진해 증시기반을 두텁게 만들어 증시의 안정성을 높인다. 이는 다시 주가상승과 투자자들의 시장에 대한 관심증대 요인으로 작용해 증시활성화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가져온다. 기업들의 상장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비공개보다는 공개의 장점이 훨씬 커야 한다. 예컨대 투자 자금의 원활한 조달 등 증시가 제 기능을 다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증시는 이와는 거꾸로 가고 있다. 금감위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현재 상장기업 수는 724개로 2002년의 683개에서 겨우 6% 늘었다. 같은 기간 호주는 25.3%, 홍콩은 17.8%가 증가했다. 그만큼 공개기업 수가 적었다는 이야기다. 기업들이 공개를 꺼리는 이유는 공개의 이득보다는 불편과 손해가 더 크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증시에서 조달한 자금보다 주가관리 등을 위해 증시에 쏟아 붓는 돈이 훨씬 많다는 것이 그 대표적 사례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지난해 기업들이 증시를 통해 조달한 자금은 4조8,000억여원 이었으나 배당ㆍ자사주 매입 등으로 쓴 돈은 10조2,600억여원에 이른다. 증시가 자금조달 기능대신 오히려 기업들이 벌어들인 돈을 가져감으로써 성장을 위한 투자여력을 잠식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현상은 외국인 투자가를 중심으로 한 과다한 배당요구와 주식가치 제고요구에 따른 것이다. 장하성펀드’가 태광그룹의 기업지배구조개선 및 경영 투명성 제고 노력을 이끌어낸 데서 보듯 펀드와 소액주주들의 주주중시경영 요구는 긍정적 측면도 크다. 그러나 지나친 간섭은 기업들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여기다 SK, KT&G의 경우처럼 외국계자본의 적대적 인수합병(M&A) 위협 우려까지 증가하고 있다. 그러니 기업들이 상장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 리 없다. 증시활성화 없이는 금융허브를 기대하기 어렵다. 보다 많은 기업이 공개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경영권불안 해소 등 상장부담을 줄이는 조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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