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책은 뜨거운 냄비를 받치는 용도로는 사용되지 않는다. 냄비 받침으로나 쓰는 책은 잊어버려도 되는 시시한 책이지만 감동적인 책은 그런 대용품으로는 절대로 전락하지 않는다." 이 책을 엮은 저자 전민조의 전언이다.
그의 말대로 이 책은 그 만한 가치를 가진 책이다. 단언하건 데 한국 현대사의 현장을 보고 싶다면 이 책 한 권이면 충분할 듯싶다.
책에는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결정적 순간'이 아닌 대한민국의 '결정적 순간'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책은 한국현대사의 중요한 국면, 국면을 포착한 사진 64점과 그 사진의 역사적 맥락, 촬영 뒷이야기, 사진가의 사진철학 등을 망라한다.
사진집에는 고종 황제의 어진에서부터 시작, 여수순천사건 4.19, 5.16, 민주화운동, 남북교류 등 한국현대사의 숨막히는 순간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한국일보ㆍ동아일보의 사진기자를 거친 저자 전민조는 "현장에서 목격하고 기록한 보도사진과 다큐멘터리 사진가들이 작업한 역사성 있는 사진들을 한데 모았다"며"이 책에서 말하는 '특종'은 역사의 한 단면을 잘라냈다는 뜻"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저자는 책을 엮으며 생존해 있는 사진가들을 직접 찾아 가 인터뷰를 했고, 사진 촬영 당시의 시대적 배경과 촬영 에피소드 등을 취재했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촬영자가 알려지지 않았던 사진(4.19혁명의 도화선이 되었던 김주열 군-허종 촬영, 5.16 혁명세력의 사진-이덕 촬영)의 촬영자를 밝혀냈다. 또 오늘의 기념사진이 내일에는 역사가 된다는 엮은이의 평소의 사진관(寫眞觀)에 따라 낱장의 사진에 스며 있는 역사적 맥락을 낱낱이 추적, 정리했다. 이로써 엮은이는 자칫 잘못하면 엉뚱한 것으로 왜곡되고 변질될 뻔 한 사진들을 제자리에 가져다 놓았다.
이번에 처음 공개되는 박 대통령 부부의 사진(34쪽)은 1963년 황규태 경향신문 사진부기자가 청와대 가든파티에서 찍은 것이며, 반대파 당원들에게 쫓겨 달아나는 김영삼 의원(1972)의 사진(72쪽)은 혼란스러웠던 야당정치사의 단면을 보여준다.
책에는 보도사진 외에 다큐멘터리 사진작업을 하는 윤주영, 한정식, 김보섭의 사진들도 소개돼 있다. 이 사진들은 사할린, 야스쿠니 신사, 화교 문제 등에 천착했던 사진가들의 집념과 노고를 짐작케 한다.
저자는 "이 사진집을 통해 지난 한국현대사의 흐름을 짚어 볼 수 있으면 좋겠다"며"사진 기록을 위해 헌신했던 보도사진가와 그들의 사진에 대한 열정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에 없으면 사진도 없고 역사도 없다"는 사진가들의 공통된 직업의식은 기록자로서의 치열한 신념을 웅변하고 있다. 2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