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 애호가와 컬렉터들의 올해 '그림 쇼핑' 일정이 두 달 정도 앞당겨질 전망이다. 아시아 최대 규모의 아트페어인 '아트바젤 홍콩'이 예년 열리던 5월에서 오는 3월 15~17일로 일정을 앞당겼기 때문이다.
세계 최고의 스위스 아트바젤을 비롯해 미국 마이애미비치와 홍콩 등 3개 지역의 아트페어를 총괄하는 마크 스피글러(47·사진) 이사는 12일 방한해 "서구 미술관과 갤러리 관계자들을 5월 홍콩에 초대하는 것이 물리적 어려움이 커 3월로 앞당겼다"라며 "또한 이번에 아시아 디렉터로 말레이시아 출신의 아델린 우이를 최근 임명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민첩한 컬렉터들은 3월에 아트바젤 홍콩, 이어 5월에 뉴욕 프리즈와 크리스티·소더비 경매, 그리고 베니스비엔날레가 개막한 뒤 6월엔 스위스 바젤, 12월엔 미국 마이애미비치 아트페어가 열린다는 빼곡한 일정을 수첩에 적어둬야 한다.
3년 전 바젤아트페어가 인수해 설립된 '아트바젤 홍콩'은 아시아 문화의 잠재력에 중국을 위시한 신흥 컬렉터의 급부상, 서구 미술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아 단숨에 아시아권 정상에 올랐다. 지난해 개최기간 3일 동안 6만5,000명이 다녀갔다.
스피글러 이사는 "올해는 37개국 230여 갤러리가 참여할 것"이라며 "아트바젤 홍콩이 동서양의 가교역할을 하면서 그간 서구사회 중심이던 미술시장에서 아시아의 입지가 확대됐고 특히 한국 갤러리와 작가들에 대한 주목 또한 커졌다"고 말했다.
'아트바젤'의 이름이 영향력을 갖는 것은 작가와 작품을 꼼꼼히 살펴 갤러리를 엄선하는 '물관리'에 있다. 슈퍼리치의 두툼한 지갑이 개성과 차별화 없는 작품에는 절대 열리지 않을 뿐더러 출품작에 실망할 경우 아예 발길을 끊기 때문이다. 한국화랑의 경우 스위스 바젤에는 국제갤러리 정도만 꾸준히 참여할 뿐이다. 홍콩 바젤은 스위스보다 참여의 폭이 넓은 편이라 올해는 한국의 갤러리 스케이프·갤러리 이엠·갤러리인·국제갤러리·리안갤러리·아라리오갤러리·원앤제이갤러리·학고재·PKM갤러리 등이 참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