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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흔들리는 중년의 인생이 있다. 젊은 시절 화려한 성취와 자부심을 가져다 주고 직접 자신의 손으로 일구었던 일터에서 쫓겨났다. 더 이상 그의 존재가 사업에도 또 앞으로의 변화에도 도움이 안 된다는 이유로 말이다. 그는 가족으로부터 떨어져 따로 나가서 혼자 지낸다. 가족으로부터 멀어진 것은 물론 가족들에게조차 인정받지 못하는 존재가 된 것이다. 이제 청소년기를 맞는 자녀에게 외면당할 뿐 아니라 그나마 안부 몇 마디 나누면 더 이상 나눌 대화가 없을 만큼 데면데면한 사이가 되고 말았다. 경제적으로도 넉넉하지 않아 인생을 즐기는 것은 다른 세상의 일이고, 그저 하루하루 살아가는 데 급급할 뿐이다. 분주히 돌아가는 바쁜 도시의 일상에서 이 중년의 남자는 중요한 사회적 관계들이 단절된 인생이요, 앞으로의 희망이 잘 보이지 않는 절망적인 인생이다. 세상의 누구 하나도 그를 돌보지 않는다.
중년 이후를 맞는 사람들에게는 가장 피하고 싶은 미래의 모습이 아닐까. 잃어버린 직장, 깨진 가족관계, 줄어든 소득으로 인한 궁핍한 생활, 희망 없이 하루하루 사는 모습 등. 우울한 묘사였지만 다행인 것은 이 중년의 사내는 실제가 아닌 최근 감동을 주고 있는 영화 '비긴 어게인'에 나오는 남자 주인공의 모습이다. 떠들썩한 대규모 마케팅이 아닌 입소문으로 흥행을 잇고 있는 이 영화는 위와 같은 모습의 중년의 음반 프로듀서가 실연을 당해 고향으로 돌아가려는 싱어송라이터와 만나 음악으로 하나가 되어 재기를 모색하는 스토리가 그 줄거리를 이룬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이 중년의 프로듀서의 모습은 마치 100세 시대를 살아야 하는 우리 사회 중년의 모습과도 닮았으며 많은 시사점을 준다는 것이다. 언급된 것처럼 일자리, 가족관계, 재무상황 등은 은퇴를 전후한 세대가 반드시 점검하고 챙겨야 하는 필수항목이다. 이러한 요소들은 결국에는 자신의 생활과 정서적 영향에도 직결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영화에서 이 주인공은 어떻게 그러한 상황을 극복하게 될까. 스포일러가 되지 않기 위해 구체적 묘사는 피해야겠지만 음악이라는 자신의 차별성을 무기로 꿈과 열정을 회복하며 그러한 상황들을 극복해 나간다. 물론 여기에는 주위 사람과의 꿈을 향한 연대가 있고, 과거 방식이 아닌 주위의 환경과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는 새로운 방식이 있다.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가장 중요한 덕목은 역시 자신의 정체성을 분명히 발견하고 살아가는 목표를 확고하게 정하는 데 있다. 또 가족은 물론 다른 사람과의 돕는 관계를 회복하고, 환경과의 지혜로운 조화를 통해 자신을 지원하는 힘을 얻는 것도 중요하다. 스페인의 한 심리학자는 '행복을 위한 최고의 방법은 자신을 희생하고 싶은 정도로 무언가를 사랑하는 것이며, 타인과의 유대에서 오는 심리적 안녕감은 혼자 힘으로 달성할 수 있는 다른 안녕감보다 더 건강하고 견고하다'고 말했다. 인생의 전반전을 마치고 새롭게 인생을 다시 시작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새겨야 할 중요한 교훈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