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9월 17일] 죽어가는 돈육선물시장

돈육(豚肉)선물이 계륵(鷄肋)이 될 지경이다. 한국거래소가 돈육선물을 상장한 지 1년이 훌쩍 지났지만 상장 이후 일 평균거래량은 89계약이고 거래대금도 3억7,600만원 수준이다. '양돈농가 보호와 투자대상 확대를 통한 선물시장화'라는 취지가 무색해졌고 오히려 시장존립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돼버렸다. 거래소가 돈육선물의 활성화에 손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돈육선물에 대한 투자정보가 부족하다는 선물업계와 시장참여자의 비판에 거래소는 '돈육 현ㆍ선물시장과 관련된 투자정보 제공 용역'을 추진하고 있다. 빠른 시일 안에 용역계약이 체결되고 정보가 서비스된다면 투자자들은 돈육 현물시장의 거래량, 가격, 도축실적, 도매시장별 경매현황, 돈육 소비량 등의 정보와 선물시장의 거래지표, 일일 시황, 투자전략, 해외시장 분석자료 등을 거래소나 금융투자협회 홈페이지 등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선물업계와 투자자들은 거래소의 이 같은 움직임에 환영의 뜻을 나타내고 있지만 돈육선물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 지원은 아직도 부족하다고 입을 모았다. 시장 활성화를 위한 추가적 방안으로 주로 거론되는 것은 돈육선물의 기본예탁금과 위탁증거금률을 낮추는 것이다. 현재 신규투자자들이 시장에 참여하기 위해 선물계좌에 넣어야 하는 기본예탁금은 1,500만원이다. 또 위탁증거금률도 21%에 달해 기타 선물시장의 위탁증거금률인 2~5%보다 훨씬 높다. 소액투자자들이 무분별하게 시장에 참여해 투기의 장으로 바뀌는 것을 사전에 방지하고자 하는 목적이 이해는 가지만 진입장벽이 지나치게 높아 시장 활성화를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다. 선물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본예탁금과 위탁증거금률을 낮추는 것을 학계와 업계에서 거래소에 줄기차게 요구했지만 (거래소는) 귀를 닫고 있는 상황"이라며 "돈육선물시장이 활성화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데 제도적 지원은 부족해 한숨만 나온다"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 거래소의 한 고위관계자는 "업계의 요구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정책을 바꾸기 전에 여러 가지 제반 상황을 감안해야 한다는 거래소의 입장은 어찌 보면 당연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개설된 지 1년이 넘은 돈육선물시장이 투자자들의 관심조차 못 받고 주저앉아버릴 수도 있다는 생각이 지나친 걱정으로만 생각되지가 않는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