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차익 노린 투자수요 가세"
"내년 집값 어찌될지…" 정책불신 드러내업계 "분양가 원가공개 논란 커질라" 우려
정두환 기자 dhchung@sed.co.kr
이연선기자 bluedash@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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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운정 한라비발디' 청약 첫날 수천명 몰렸다
‘고분양가’로 논란을 빚었던 파주 운정 신도시 첫 분양인 한라비발디 아파트에 예상을 깨고 청약자가 대거 몰린 것은 여전히 투자자들 사이에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남아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결과는 서울시 은평 뉴타운의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를 시작으로 불 붙은 분양원가 공개에 대한 논란을 더욱 증폭시킬 전망이다.
실제 모델하우스에 몰린 인파들은 한결같이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감을 드러냈다. 청약접수 첫날인 21일 청약을 위해 일산 신도시 내 모델하우스를 방문한 최모(47)씨는 “내년에 공급될 아파트 분양가가 어찌 정해질지도 모르는데 정부 말만 믿을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아예 분양원가를 다 공개하지 않는 이상 분양가는 계속 오르기만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 역시 “판교 신도시만 해도 당초 건교부는 평당 분양가가 1,000만원을 넘지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몇 차례 사업지연 과정에서 이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분양됐다”며 “상황이 이런데 누가 정부의 말에 신뢰를 갖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번 청약자들 중에서는 상당수가 매매 차익을 노린 투자수요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어 주목된다. 사업승인 시기가 일러 운정 신도시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5~10년 전매제한에 걸리지 않는 아파트여서 입주 후 바로 전매가 가능한 까닭이다. 실제로 청약접수처인 모델하우스 주변에서는 분양권 전매를 알선하는 이른바 ‘떴다방’으로 의심되는 사람들이 명함을 돌리고 있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인위적으로 업체의 분양가를 무리하게 끌어내리면서 시장의 혼란만 초래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분양가만 끌어내리면 집값이 잡힌다는 생각이 오히려 시장에서 투기를 조장하는 역효과만 낳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분양원가 공개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현재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고 있는 아파트에 대해서만 7개 항목의 원가를 공개하고 있으며 이를 확대할 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하지만 최근 서울시가 은평 뉴타운의 분양가에 대한 토지비와 건축비를 밝히면서 분양원가 공개에 대한 논란에 다시 불을 붙인 상태다.
한편 업계는 이번 분양의 여파가 자칫 용인 등 다른 지역 신규분양 시장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은평 뉴타운, 파주 신도시에서 다시 불거지고 있는 분양원가 공개 논란이 확대돼 향후 분양가 책정 과정에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분양가 인하 압박 강도가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입력시간 : 2006/09/21 17: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