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데스크칼럼] 벤처투자 이젠 민간주도로 전환하자

새천년들어 화두는 온통 벤처다. 대통령이 벤처기업들이 밀집해 있는 테헤란로에서 「새천년 벤처기업인과의 대화」라는 행사를 직접 주재, 벤처기업인들의 사기를 한껏 북돋워 주는가 하면 잘나가는 벤처기업인들은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이 잇따라 재단을 설립, 거액을 기부하고 그런데다 벤처캐피털·은행 등 금융권을 비롯, 대기업들도 속속 벤처펀드를 조성, 경쟁적으로 벤처기업에 투자하겠다고 나서고우리 국민이 그렇게 모험을 좋아하는지 새롭게 느껴질 정도다. 기술력과 창의, 도전정신을 주무기로 한 벤처기업의 창업열기는 분명 우리 국가경제에 엄청난 활력을 불어넣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중기청·과기부·정통부 등 여러 관련 부처에서 산발적으로 벤처지원정책을 수립, 시행하다보니 부처간 기능 혼선은 물론 사후점검에 소홀했다. 그러다보니 기술혁신과 경영실적 보다는 코스닥 등록및 증자를 통해 막대한 자본이득을 추구하는 「사이비 벤처기업」과 벤처투자의 위험을 과소평가하는 「묻지마 벤처투자자」가 나타나는 등 도덕적 해이현상 등의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다. 이런 와중에서 최근 정부는 벤처산업 육성을 위해 3,000억원 규모의 재정자금을 투입해 1조원 규모의 벤처펀드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벤처산업이 창업을 촉진하고 기술개발을 촉진하는 등 산업지도를 바꾸는 구조 변혁의 핵심에 자리잡고 있다는 점에서 벤처를 육성한다는 점에 토를 달 사람은 아무도 없다. 또 세계시장에서 선진국은 물론 타이완 등 경쟁상대와 맞서기 위해 벤처를 키워야 하는 것도 시대적 조류인 것만은 분명하다. 하지만 현시점에서 벤처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정부가 나서서 거액의 펀드를 조성해야 하는 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오히려 자금의 공급과잉 등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을까 우려된다. 중소기업청이 발표한 지난해말 현재 벤처캐피털의 규모는 3조원. 벤처확인을 받은 기업이 대략 5,000개인 점을 감안하면 한업체에 평균 6억원의 투자를 할 수 있는 금액이다. 그러나 이것 역시 시작에 불과하다. 업계에서는 올해 벤처캐피털의 규모가 지난해보다 최소한 2배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특히 손정의(孫 正義) 소프트뱅크회장이 1억달러를 국내인터넷벤처에 투자하겠다고 밝혔고 김윤종 前자일랜사장 역시 내년까지 3,000만달러 투자를 목표로 제시하는 등 해외자본이 대규모로 들어올 예정이다. 국내의 중견벤처기업들도 국내시장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연합펀드를 구성하는 등 벤처투자시장을 둘러싼 국내외간의 경쟁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기존 벤처캐피털업체들도 투자규모를 대폭 확대하겠다고 나서고 중기청·과기부·정통부의 투자금액이 지난해 3,200억원으로 전년의 1,590억원을 크게 웃돌았다. 또 82개의 창업투자회사, 4개의 신기술금융사 등이 10조6,000억원의 재원을 조성하고 조성된 재원의 56%에 달하는 6조원을 투자 또는 융자 형태로 벤처기업에 공급하고 이들 펀드는 창업초기 보다는 성숙단계의 기업을 대상으로 안정적인 투자에 주력하고 코스닥시장도 벤처기업의 주요 직접금융시장으로 부상, 지난해 중소·벤처기업이 코스닥에서 조달한 자금규모는 4조1,000억원에 달했다. 여기에 에인절도 가세하고 현재 기보엔젤클럽·서울엔젤클럽 등 13개 클럽, 1개조합이 활동하고 이들 클럽은 지난해 86개업체에 모두 454억원 가량을 투자한 것으로 집계되고 산업은행·중소기업은행·국민은행 등 중소기업 지원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은행들도 벤처기업 지원펀드를 설정, 2,000억원 내외의 투자업무를 수행해 오고 이런 상황을 종합해 보면 국내에는 벤처투자를 위한 자금기반을 충분히 확보됐다고 볼 수 아니 오히려 투자자금이 넘쳐나 고민이라는 게 업계의 솔직한 표현이다. 투자자들은 밀려오고 투자할 곳은 마땅치 않아 각 기관마다 투자대상을 찾기에 혈안이 돼 겉으로는 3,000억원, 1,500억원 등 거액을 조성, 벤처기업에 투자하겠다고 대대적으로 선포해 놓았지만 막상 투자대상을 고르는데는 역부족일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까지 나서서 굳이 펀드를 조성, 벤처기업에 투자를 해야하는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그동안 정부는 벤처캐피털 결성을 촉진하는 자금을 지원하거나 정부가 직접 공공펀드를 설립하는 등 창업벤처기업에 대한 투자형태의 자금지원을 확대해 왔다. 이스라엘은 민간벤처캐피털이 전무한 상태에서 정부가 2억5,000만달러 규모의 요즈마 펀드를 조성, 200여개 벤처기업의 산실역할을 수행했다 그결과 단기간에 농업위주의 구조를 정보통신·소프트웨어·의료기기·생명공학 등 하이테크 분야 벤처기업이 만개한 고도의 산업화된 산업구조로 개편하는 데 성공했다. 우리나라도 벤처육성시책이 전개된지 불과 2년만에 정부정책자금이 양적으로 대폭 확대, 벤처붐 조성에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이제는 코스닥시장 활성화와 민간벤처캐피털이 확대되는 등 민간부문의 투자자금이 급격히 유입되고 있는 추세를 반영, 과감하게 민간에 맡기는 결단을 내려도 괜찮을 듯 싶다. 정부는 중소·벤처기업들이 기술개발에 전념할 수 있도록 조기에 인프라를 구축하는 등 해야 할 일이 아직도 산적해 있다. YKCHOI@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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