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성북동 간송미술관에서 `근대회화명품전`이라는 제목으로 한국근대미술의 뿌리를 더듬어 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지난 18일 오픈해 6월 1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에는 장승업, 조석진, 이상범, 노수현 등 27명의 작품이 전시된다. 출품작은 물론 간송미술관이 소장해왔던 것으로 양화가 아닌 한국화로만 꾸며져 있다. 때문에 보는 사람에 따라 `근대`라는 말에 숨어 있는 `서구화`라는 이미지에 갇혀 있다면 `한국화` 를 보여주는 이번 전시에서 일순 개념상이 혼란을 느낄 수도 있다.
그동안 우리 미술관이나 화랑에서 `근대`라는 제목으로 선보였던 전시회들이 대개 일제시대 우리 땅에 진입해 들어 온 `서양식 표현기법`의 초기단계, 이식단계의 작품들을 `근대`라는 이름으로 포장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간송미술관의 최완수 연구실장은 “서구화를 곧 근대화로 이해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면서 “조선후기는 우리 나름대로의 근대화 노력이 있었으며, 이러한 자생적 흐름위에 선 작품들을 중심으로 근대회화라는 개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때문에 이번 전시는 장승업, 이상범 등 근대를 살았던 한국화가들의 작품이 `근대적인 것`과 `한국적인 것`이라는 개념 사이에서 표류했던 것을 다시 한번 바라보는 계기를 마련해 볼 수 있다. 다시말해 장승업이나 이상범의 작품을 그저 `한국화`라는 장르에 가둬 놓아 `근대성`이라는 해석의 여지에서 배제해 버리는 일반적인 상투성에 오류가 숨겨져 있음을 확인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우선 간송미술관은 예술 대중화의 비조(鼻祖)를 오원 장승업(1843-97)으로 보고 그 이후 작가들의 회화로 한국미술의 근대성을 조명한다. 시기별로는 구한말에서 일제치하를 관통한다. 출품자들 중에는 간송 전형필이 직접 교우하면서 작품을 수집한 경우도 상당하다.
간송미술관은 도록의 머릿글에서 근대의 시발점을 추사 김정희(1786-1856)에서 찾는다. 400년간 조선왕조를 이끌던 성리학 이념이 노쇠화 현상을 일으키면서 고증학이라는 새 이념을 통해 새 사회 건설을 계획한 사람이 바로 추사였기 ??문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추사의 직계 흐름이 곧바로 한국적 근대회화로 진입하지 못하고, 보다 대중적인 작품을 통해 당대의 인기를 얻었던 장승업을 통해 한국회화의 근대성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서세동점`의 거친 흐름 속에서 회화를 향유하는 계층이 보다 대중화되면서 화가들 역시 대중적 인기에 영합하는 경향을 보였다. 당시 대중들이 복잡한 세상사에서 벗어나고 싶었는지, `신선도`나 `중국풍 산수화`가 많이 그려졌다.
출품작 중에서는 몇가지 특징적인 대목이 눈에 띄는데, 특히 일련의 `나비 그림`들이 그렇다. 가령 이경승의 작품에서 나비는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모습으로 군집형태로 나타나는 데 일반적인 동양화에서 그러한 모습은 찾을 수 없다. 나비는 기껏해야 꽃의 위에 붙어있는 형태로 나타난 것이 전부였다.
이밖에 장승업의 `송풍유수(松風流水)`, 안중식의 `계산유취(溪山幽趣)`, 이도영의 `설강독조(雪江獨釣)`, 김은호의 `달마도해(達磨渡海)` 등이 주요 출품작이고, 대략 100여 점 작품이 대중과 만난다. (02)762-0442.
<이용웅기자 yyo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