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대기업 자금사정 '환란후 최악'

8월 BSI 전월比 4P 내려 85… 대출급증등 돈줄 확보 비상<br>"최근 중견기업 자금 위기설 심화 가능성"

대기업의 자금사정이 외환위기 이후 가장 나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대기업의 은행권 대출이 급증하는 등 자금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최근 중견기업들이 잇따라 자금위기설에 휘말리며 곤욕을 치르는 상황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2,163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최근 조사해 작성한 ‘8월 기업경기 조사‘ 결과 대기업(종업원 300인 이상)의 자금사정 실사지수(BSI)는 지난 8월 85로 전월의 89에 비해 4포인트 떨어져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3년 1월 이후 가장 낮았다. 대기업의 자금사정 BSI는 5월 96에서 6월 89, 7월 89, 8월 85 등으로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 이 지수는 8월을 기준으로 2003년 91, 2004년 93, 2005년 96, 2006년 96, 2007년 103 등이었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의 자금사정 BSI는 2003년 1월부터 작성한 만큼 이전의 수치를 갖고 있지 않다”며 “그러나 1999년부터 기업들의 수출이 좋았고 업황지수가 괜찮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기업 자금사정 BSI가 지금보다는 높았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업종별로는 중공업의 자금사정 BSI가 8월 80으로 2003년 8월의 79 이후 가장 낮았다. 이 지수는 1월 90에서 3월과 5월 각 84로 떨어졌으며 6월에는 82로 내려왔다. 자동차의 자금사정 BSI도 8월 72를 기록해 2003년 8월(72) 이후 가장 낮았다. 이 지수는 올해 1월 92였으나 7개월 만에 20포인트나 떨어졌다. 실제로 대기업들이 최근 들어 은행권에서 대규모 대출확보에 나서면서 이 같은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대기업은 7월 은행권에서 3조원을 조달했다. 이는 1월(3조8,000억원)과 4월(3조5,000억원)에 이어 올 들어 세번째로 많은 규모다. 특히 대기업이 3조원을 대출한 것은 2000년 7월(3조8,000억원) 이후 올해가 처음이다. 그동안 대기업들이 투자를 외면하고 현금을 쌓아놓고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대규모 자금조달은 이례적인 상황이라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대기업의 자금사정이 나빠진 이유는 ▦ 인수합병(M&A) 자금 수요 ▦ 고금리와 국제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운전자금 수요 ▦ 경기둔화를 예상한 선자금 확보 등 때문으로 파악된다. 한은 관계자는 “최근 대기업들의 M&A 자금수요가 늘어나기도 했지만 경기둔화를 대비한 선자금 및 운전자금 수요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대기업의 우선적인 대출로 유동성 확보가 시급한 중견기업의 자금부담은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건설업체의 자금압박도 이를 계열사로 둔 대기업 자금조달의 주원인인 것으로 관측된다. 박상현 CJ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아파트 미분양 건수가 15만채에 육박하면서 건설사의 자금압박이 극심한 상태”라며 “최근 건설사들은 부동산을 담보로 높은 금리에 어음(ABCP)을 잇따라 발행하는 등 자금조달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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