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R&D가 힘이다] SK하이닉스, 모바일 D램·고용량 DDR4로 승부수

SK하이닉스 직원이 경기도 이천공장에서 모니터를 통해 반도체 장비 가동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이천공장 정문. SK하이닉스는 SK로 편입된 뒤 공격적인 투자와 M&A로 새로운 성공신화를 쓰고 있다. /사진제공=SK하이닉스

2년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거침없이 성장하고 있는 SK하이닉스의 저력은 탄탄한 연구개발(R&D)에서 비롯된다. 특히 PC에서 모바일로 메모리반도체의 수요가 옮겨가는 시장 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며 관련 제품 기술력을 높인 게 최근 SK하이닉스 실적 개선을 이끈 것으로 분석된다.

SK하이닉스의 전체 D램 매출에서 모바일 D램이 차지하는 비율은 2007년 3%에 불과했지만 2012년 이후부터는 30%대를 유지하며 실적 고공행진을 견인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013년 말 차세대 모바일 D램 규격인 LPDDR4 제품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으며 지난해 9월에는 차세대 고성능 모바일 D램의 한 종류인 '와이드 IO2 모바일 D램 개발'에도 성공, 반도체 업계를 선도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시장 변화를 제때 감지한 덕에 모바일 D램 수요 증가에 발빠르게 대응할 수 있었다. 과거 메모리반도체 단품 위주 시대에는 소수 고객에 대량의 제품을 공급했지만 점차 복합제품이 주류를 이루면서 반도체 제조사가 다수의 고객을 상대로 경쟁사와 차별화된 솔루션을 제공해야 하는 상황으로 변해갔다. SK하이닉스는 선제적인 R&D 투자를 통해 기술 우위를 점하는 한편 미세공정에 기반을 둔 원가절감 노력을 펼쳐왔다.

SK하이닉스는 특히 DDR4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기술력을 결집했다. DDR4는 기존 DDR3 대비 대기 전류는 30% 감소하고 전력 소모는 35% 줄어 에너지 효율이 높은 메모리반도체다. DDR3 보다 2배 이상 빠른 속도로 동작해 데이터 전송량을 크게 늘릴 수 있기 때문에 서버의 고성능화 추세에 따라 차세대 D램으로 주목받고 있다. SK하이닉스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인텔개발자포럼에서 최초로 DDR4를 채용한 서버·워크스테이션용 플랫폼 '그랜틀리-EP'를 선보인 만큼 점차 DDR4 수요가 늘어나 올해 말부터 본격적인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빅데이터와 클라우드 등이 확대돼 서버 수요가 지속해서 늘고 있는 상황에서 SK하이닉스는 고용량 DDR4에 승부를 걸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모든 용량의 DDR4 제품군을 갖춤으로써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그 결과물로 지난해 4월 20나노(1나노는 10억분의 1m)급 8Gb(기가비트) DDR4를 기반으로 세계 최대용량인 128GB(기가바이트) DDR4 모듈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으며 같은 해 10월에는 20나노급 4Gb DDR4 기반 서버용 비휘발성 메모리 모듈 'NVDIMM'을 세계 최대 용량인 16GB로 만들었다.

SK하이닉스는 최근 모바일용 제품인 LPDDR4를 업계 최초로 상용 스마트폰에 탑재했다. 이 제품은 지금까지 나온 모바일 메모리반도체 중에는 가장 빠르면서도 전력이 적게 소비되는 솔루션이다. 이 모바일 D램은 기존 LPDDR3 데이터 전송속도(1,600Mbps)의 2배인 3,200Mbps 이상의 정보처리 속도를 구현했다. 동작전압은 LPDDR3(1.2V)보다 낮은 1.1V로 전력 효율도 30% 이상 향상했다. 올해 주요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은 프리미엄 제품에 LPDDR4를 탑재할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초고속 메모리 개발에도 주력해 차세대 초고속메모리인 HBM 시장도 선도하고 있다. HBM은 초당 128GB를 처리할 수 있는 고성능 D램으로 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빠른 속도가 핵심인 하이엔드 그래픽 분야에서 우선적으로 채택되고 있으며 앞으로 슈퍼컴퓨터와 네트워크 등의 응용 분야로 사용 범위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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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는 반도체의 또 다른 축인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등 낸드플래시 솔루션 분야 역량도 꾸준히 키우고 있다.

최태원 회장 과감한 투자 결실

임진혁 기자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치킨게임의 승자로 살아남아 눈부신 성장 스토리를 쓰기까지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과감한 투자도 주효했다는 평가다. 장치산업의 특성상 매년 수조원에 이르는 투자가 이뤄져야 살아남을 수 있는데 2011년 하이닉스가 SK그룹에 인수된 것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시설 및 연구개발(R&D)에 대한 투자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SK는 2011년 11월 차입금만 7조원에 육박하던 하이닉스를 3조3,747억원을 들여 인수했다. 당시만 해도 하이닉스 인수가 SK에 '독(毒)'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컸다. 실제 SK에 정식 편입된 2012년 D램 가격이 급락하면서 SK하이닉스는 2,273억원의 손실을 냈다. 경쟁업체들은 수익성 악화에 투자를 줄였지만 SK하이닉스는 2011년보다 5,000억원 많은 3조5,000억원 이상의 설비 투자를 단행했다.

R&D 투자도 꾸준히 늘었다. 2010년 6,840억원, 2011년 8,340억원이던 투자액은 2012년 9,380억원, 2013년 1조1,440억원으로 늘었고 지난해 3·4분기까지 누적 1조90억원의 R&D 투자를 단행했다. 지난해 R&D 투자액은 2013년 수준을 훌쩍 뛰어넘어 역대 최대를 기록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R&D 투자 확대기조는 올해에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SK 편입 이후 활발한 인수합병(M&A)가 이뤄진 점도 SK하이닉스의 R&D 경쟁력을 끌어올렸다.

SK하이닉스는 2012년 6월 이탈리아 '아이디어플래시'를 인수해 유럽 기술센터로 전환 설립했고, 미국 컨트롤러 업체 'LAMD(현 SK하이닉스 메모리 솔루션)'를 인수해 낸드 솔루션의 자체 역량을 강화했다. 또 램버스와 포괄적 특허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해 경영 리스크를 줄였다.

또 미국 '바이올린메모리'와 '소프텍 벨라루스'의 일부 사업부를 사들이면서 SK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 기술력은 한층 탄탄해졌다.




임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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