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투자업계가 새롭게 진화하고 있다. 가능성 있는 스타트업이나 벤처기업을 발굴해 투자하는 데만 머무르지 않고 다양한 인력풀을 바탕으로 스타트업의 부족한 역량을 보완해주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패스트트랙아시아는 미국에서는 이미 흔히 볼 수 있는 이러한 벤처캐피털의 변신을 선도하고 있는 국내 대표 '컴퍼니 빌더'다.
"모바일의 버크셔 해서웨이가 최종 목표입니다."
19일 서울 논현동 패스트트랙아시아 본사에서 만난 박지웅(33·사진) 패스트트랙아시아 대표는 최종 지향점을 묻자 이같이 말했다.
패스트트랙아시아는 국내 벤처캐피털 업계에서는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스타트업 지주회사다. 일종의 '컴퍼니 빌더'로 새로운 사업 모델을 발굴하고 이를 운영할 CEO까지 선발한 뒤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특징이다. 실제로 패스트트랙아시아는 투자 심사인력보다 재무·사업개발·홍보·해외진출 등 투자한 회사를 육성하고 관리하는 인력이 훨씬 더 많다.
박 대표는 "지난 3년간 새로운 모델을 정착시키기 위해 시행착오를 다양하게 겪어야만 했다"며 "지난해부터는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을 모바일과 웹으로 옮겨온다는 모토로 회사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쉽게 말해 네이버로 상징되는 온라인과 신세계와 같은 오프라인 공룡이 개별적으로 하기 어려운 분야에서 사업 기회를 찾겠다는 것. 가령 현재 자회사 중 하나인 셔츠 제작 회사 스트라입스는 모바일이나 온라인으로 주문하지만 본사에서 관리하는 스타일리스트가 직접 고객을 찾아가 체형에 맞는 셔츠 제작을 해준다. 이외에도 중고차, 결혼 중개시장, 부동산 중개 등의 분야는 모바일로 전환했을 때 성장 잠재력이 크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매년 새로운 회사를 만들어내는 모델에 우려의 시선이 있다는 질문에 그는 "설립한 지 처음 1년 동안은 본사 차원에서 공동 창업했다는 마인드로 무장해 파트너사가 일정 궤도에 오를 때까지 전폭적인 지원에 나선다"며 "그 결과 패스트캠퍼스를 제외한 3개의 파트너사는 설립된 지 1년이 지나며 손익분기점을 넘어서서 더 이상 특별한 지원이 없어도 잘 돌아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패스트트랙아시아는 최근 원더홀딩스와 미국계 인사이트벤처파트너스 등으로부터 창립 이후 두 번째로 80억원을 투자를 받으며 화제가 된 바 있다.
그는 "허민 원더홀딩스 대표와는 투자 만기부터 정하는 관습을 따르기보다는 '30년 이상을 바라보고 투자한 회사가 성장해나가는 과정을 즐긴다는 철학'이 서로 통했다"며 "인사이트벤처파트너스 역시 과거 티켓몬스터 투자자 시절부터 신뢰를 쌓아와 앞으로도 파트너십을 유지해갈 것"이라고 소개했다.
한편 새로 투자 받은 자금은 기존에 투자한 자회사 4곳의 지속적인 성장 지원, 새로운 비즈니스 창출, 해외시장 창출 등 세 분야로 나눠 집중 투입될 예정이다.
그는 "안정적인 자금 확보가 이뤄진 만큼 매년 2개 이상의 회사를 직접 만들어나갈 계획"이라며 "올해부터는 서울과 비슷한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싱가포르, 홍콩 등 해외의 메가시티를 대상으로 해외진출을 본격화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