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토요산책] 걷기의 매력

제갈정웅<대림대학 이사장>

[토요산책] 걷기의 매력 제갈정웅 새해부터 나는 관악산 줄기를 타고 내려온 정갈한 바람을 즐기며 걷기를 하고 있다. 영하 7~8도 되는 날의 아침 공기는 즐기기에는 조금은 시린 게 사실이다. 그러나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고 내가 건강을 위해 택한 일이라 시퍼렇게 날이 선 겨울바람의 상큼함도 특별한 맛으로 즐길 수 있는 것이다. 나의 새로운 일터가 자리한 곳은 경기도 안양시 비산동 산기슭이다. 이곳을 비산동(飛山洞)이라고 이름한 것은 관악산 기슭의 끝 자락이 갑자기 멈춰선 형상을 묘사한 것이 아닌가 한다. 보통은 산기슭이 아래로 내려오면서 완만하게 끝나는데 이곳은 갑자기 끝나고 말았다. 그래서 산이 비스듬히 누워 있는 모습이 아니고 마치 날아갈 듯이 서 있다고 해서 비산이라고 했나 보다. 이 산기슭에 위치한 대림대학 캠퍼스의 건물들은 마치 안양 시가지를 넉넉한 눈길로 내려다 보고 있는 늠름한 장군들의 동상을 연상하게 한다. 내가 아침에 30분 정도 걸어서 출근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96년 9월부터다. 대림정보통신 대표이사가 되면서부터 시간은 최소한으로 할애하면서 건강을 지킬 수 있는 방법으로 걷기를 생각했다. 걷기를 택한 데에는 몇 가지 매력적인 이유가 있다. 첫째, 운동하기 위해 특별한 장소에 가지 않아도 된다. 둘째, 운동을 위해 별도로 운동복을 갈아 입는 번거로움이 없다. 셋째, 아무리 계속해도 부작용이 생길 수 없다. 넷째, 특별한 운동 기구를 챙길 필요도 없다. 다섯째, 경제적으로 전혀 부담이 없다. 여섯째, 걸으면서 이것저것 생각을 정리할 수 있다. 일곱째, 거리에서 마주치는 이웃들의 삶의 표정 속에서 이 시대의 냄새를 맡을 수 있다.끝으로 변화하는 사계절의 풍경화 속에 나 자신도 하나의 오브제임을 인식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9년째 차에서 일찍 내려 회사까지 걸어서 출근하기를 계속하고 있다. 걸어오는 도중에 연합통신 뜰에 있는 철봉에 매달려 턱걸이도 하고 10층까지 걸어 올라가면 30분 정도 걸린다. 집에서 30분 정도 일찍 나서면 된다. 여름에는 땀이 나서 사무실에서 속옷을 갈아입어야 하는 것이 조금은 부담스럽지만 시간을 절약하며 운동하는 데는 걷기보다 나은 것이 없다. 얼마 전 신문에 90세까지 건강하게 사는 방법으로 만보계를 차고 매일매일 운동량을 체크하라는 권고가 있었다. 사실 나도 만보계를 이용하고 있다. 그리고 퇴근 후 매일 저녁에 그날 걸은 숫자를 수첩에 적고 있다. 걷는 것은 단조로워 오래 계속하기 어려운데 매일매일 걸은 숫자를 수첩에 적으면 자신의 운동량을 점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목표를 달성했다는 성취감도 맛볼 수 있다. 걸으면 항상 즐겁고 새로움이 넘친다. 이러한 나의 걷기는 새해부터 대림대학으로 출근하면서 더욱 신바람이 나게 됐다. 그것은 안양의 공기가 서울 시내의 공기보다 아주 맑은 것을 느끼면서부터다. 그리고 학교의 출근시간이 9시까지여서 좀더 오래 걸을 수 있어서 좋다. 처음에는 인덕원 사거리를 조금 지나서 대림대학까지 4km라는 이정표부터 걸었더니 45분 정도 걸렸다. 출근길에 4km를 걷는 것은 조금 많은 것 같아 최근에는 3km 정도를 걷고 있다. 평지를 걷는 것은 문제가 될 게 없다. 그런데 대림대학 본관 건물에 이르는 길은 상당한 비탈길이어서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했다. 이 비탈길을 나는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지 않고 걸어 올라가고 있다. 가파른 비탈길 400m 정도를 오르는 것은 속된 말로 장난이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매일매일의 걷기는 주말에 친구들과 산에 오르거나 등산 모임에서 산에 올라보면 확실히 효과를 입증해준다. 다른 사람들보다 앞서 걸을 수 있는 것은 매일매일 걷기를 계속한 덕분이 아니겠는가. 오늘 아침에도 관악산 기슭을 줄달음쳐 내려온 바람은 이리저리 아파트 숲을 기웃거리다가 나와 마주치자 뺨을 스치며 겨울 메시지를 전해주고 달아났다. 긴 겨울 동안 내공을 깊이 쌓으면 봄이 돼 힘찬 날갯짓을 칠 수 있을 것이라고…. 그렇다. 뭐니 뭐니 해도 걷기의 가장 큰 매력은 걷는 동안 이러한 자연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입력시간 : 2005-01-21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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