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선물시장 투기장화 '현물' 왜곡

투자 성공확률 20~30%불구 초보까지 가세<br>일부증권사 고객 유치 급급 일임매매 감행<br>전용펀드통해 투자자 흡수등 대책 세워야

개인투자자들이 선물에 몰리고 있지만 자금력ㆍ정보력 등에서 떨어지는 개인이 선물시장에서 투자수익을 낼 수 있는 확률은 기껏 20~30% 수준이라는 게 증권업계의 정설이다. 자칫 선물을 투기적으로 거래할 경우 현물에 비해 손실 폭이 수십배에 달해 하루 만에 투자자금 전부를 날리는 위험성도 도사리고 있다. 이 같은 위험을 떠안은 채 “누가 선물로 얼마를 벌었다더라”는 소문에 초보투자자까지 선물시장을 기웃거리고 있다. 증권사들도 고객유치에만 급급, 일부에서는 일임매매까지 감행하고 있다. 감독당국은 실태파악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채 팔짱을 끼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변동성이 극심한 주식시장에 이어 선물시장도 투기장으로 변질되는 모습이다. ◇현물시장 왜곡=최근 선물과 현물의 거래비율을 나타내는 현선배율은 7~9배에 달하고 있다. 현선배율 9배는 지난 96년 선물시장 개장 이후 최고이며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수준이다. 선물시장의 이상비대는 현물시장의 왜곡으로 직결된다. 불투명한 장세에 따라 외국인ㆍ기관 모두 현물시장에서 관망하고 있는 사이 선물시장의 변동은 현물의 프로그램매매를 촉발해 삼성전자 등 대형주식의 주가를 하루에 4~6%씩 움직이게 하는 급등락장을 연출하고 있다. 이전 같으면 외국인이 자금력을 동원, 개인과 맞서면서 균형을 유지하거나 외국인이 우세하게 끌고 갔지만 최근 외국인이 관망세로 돌아서면서 개인의 영향력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일임매매 성행=선물ㆍ옵션에서도 증권사 영업직원이나 투자상담사들의 일임매매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일임매매로 돈을 맡겼다가 손실이 났을 경우 보통 투자자의 책임으로 귀속되기 때문에 구제받기도 어렵다. 최근 증권사들이 열을 올리고 있는 시스템트레이딩의 경우도 보통 투자자들이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증권사 지점에 알려줘 지점에서 관리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러 고객의 계좌를 한대의 컴퓨터에서 관리하기 위해 한 사람 명의로 복수계좌를 만들어놓고 매매가 이뤄진다. 이때 명의를 빌려준 사람이 임의로 하위계좌 고객들의 매매를 조종하거나 계좌에서 돈을 빼내갈 우려가 있다. 현재 시스템트레이딩이 가장 활성화된 A증권의 경우 이를 통한 선물거래 규모가 올 1월 4,000억원에서 5월에는 1조2,000억원대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투자자 교육ㆍ보호장치 시급=시스템트레이딩을 통한 선물매매는 아직 초기단계이기 때문에 금융감독원에서도 실태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최계명 금융감독원 선물감독팀장은 “선물거래법상 선물ㆍ옵션의 일임매매는 금지돼 있으며 복수계좌 문제의 경우 분쟁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시스템트레이딩은 실태파악이 안된 상태여서 당장 뭐라고 판단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증권 전문가들은 개인들의 선물ㆍ옵션투자를 무조건 비판하거나 제한하기보다 투자자 교육을 강화하고 보호장치를 강화시키는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파생상품 전용 펀드 등을 선보여 개인투자자를 흡수하고 현재 선물시장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기관투자가들의 투자비중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노희영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