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포럼 2010 둘째날] 특별대담 IT전쟁 승자는 누구<br>스티브 워즈니악 애플 공동창업자, 김인영 서울경제신문 편집국장<br>기술력 향상 보다는 쓸 사람을 염두에 두고 제품에 빠져들게 해야<br>최고 혁신기업은 애플 갤럭시S도 곧 사용할것
| 8일 서울경제신문 창간 50주년 기념으로 신라호텔에서 열린 서울포럼에서 스티브 워즈니악과 김인영 서울경제신문 편집국장이 대담하고 있다. /김동호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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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하는 IT 기기나 서비스는 직관적으로 사용법을 알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애플 컴퓨터가 성공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스티브 워즈니악 애플 공동창업자는 지난 1970년대 애플 컴퓨터의 초기작인 '애플Ⅰ' '애플Ⅱ'를 직접 탄생시킨 인물로 '개인용 컴퓨터(PC)의 아버지'로 불린다.
서울경제신문이 창간 50주년을 맞아 개최한 서울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워즈니악은 8일 김인영 서울경제신문 편집국장과의 대담에서 속사포처럼 자신의 견해를 쏟아냈다. 그는 '독설가'라는 소문과 달리 시종일관 친절하고 유쾌한 태도를 유지했다. 어떤 질문을 던지더라도 머뭇거림 없이 신속하고 확실하게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휴대폰을 언제나 서너 개 이상씩 갖고 다닌다고 들었습니다. 요즘은 어떤 모델들을 갖고 다닙니까.
▦일단 아이폰4 석 대를 들고 다닙니다. 아이폰은 배터리 때문에 하루 종일 쓰기는 힘든데 석 대를 가지고 다니면 그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죠. 그리고 팜의 '프리'와 구글의 '인크레더블'도 갖고 있습니다. 여기에 아이패드도 있죠. 한국에도 가지고 왔습니다.
-구글의 스마트폰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와 애플의 iOS4 중 어느 쪽이 더 낫던가요.
▦물론 iOS4죠. 애플의 OS만큼 쓰기 쉽고 직관적인 사용자환경(UI)을 갖춘 경쟁자는 없습니다. 안드로이드 OS 개발자와 개인적으로 친한 사이기는 하지만 안드로이드는 아직 에러도 많고 사용법도 다소 복잡한 감이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처럼요. 다행히 안드로이드는 아직 버전 업그레이드가 진행 중인 만큼 가능성도 크다고 봅니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으로는 구글의 '넥서스원'을 써봤는데요. 안드로이드가 갖춘 음성인식 기술이나 소음제거 같은 기술은 참 좋았습니다. 지금도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 대고 컴퓨터 가게 이름을 얘기하면 그 가게의 위치를 찾아주는 기능을 즐겨 쓰고 있습니다. 구글의 검색기능만큼 정확하거든요.
-삼성의 갤럭시S는 혹시 써봤는지요.
▦아직 미국 시장에 출시된 지 얼마 안돼서요. 하지만 좋은 휴대폰은 최소한 2주일씩 써봅니다. 곧 쓰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재미(Fun)를 IT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아왔는데요.
▦그렇습니다. 성공하는 IT 기기나 서비스의 공통점은 어떻게 사용하는지 알아내기 위해 고군분투할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직관적으로 사용법을 알 수 있어야 하죠. 애플의 컴퓨터가 성공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매킨토시 이전의 컴퓨터는 사용자가 복잡한 명령어를 입력해 계산이나 하는 데 쓸 수 있었지만 매킨토시 덕분에 아이콘과 창(윈도)으로 편하게 컴퓨터를 쓸 수 있는 시대가 왔거든요.
-한국의 IT산업이 빠르게 세계 최고 수준으로 성장하기는 했지만 아직 애플이나 구글처럼 소비자를 팬으로 만드는 기업은 없습니다.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습니까.
▦기존의 경쟁사 제품보다 우리 제품이 더 우수한 기술력을 갖췄다고 선전할 생각을 않는 게 좋습니다. 삼성과 LG전자는 우수한 TV나 DVD플레이어를 만들어내고 있기는 합니다. 미국의 전자제품 대리점에서도 아주 잘 팔리고 있죠.
하지만 기술적인 우수성이라는 게 중요하다고 해도 그보다 한 차원 더 높은, 새로운 뭔가를 통해 소비자들의 감성을 움직여야죠. 해당 제품이 얼마나 많은 기능을 갖추고 있는지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수많은 버튼이 달려 있고 자꾸만 이렇게 저렇게 하라는 메시지가 뜨는 건 보기에 좋지 않습니다. 사용자가 즐겁게 쓸 수 있는 제품이 아니라는 뜻이죠.
특히 기술력보다는 '인간'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 단순하고 간결해야 합니다. 애플 제품을 보면 직감적으로 디자인이나 기능이 '뷰티풀(Beautiful)'하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이런 제품과 사랑에 빠진 소비자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해당 제품과 그 차기 모델을 구매합니다.
-구글을 가장 혁신적인 기업으로 꼽은 적이 있었는데요. 어떤 면에서 혁신적이라고 봅니까.
▦일단 예전에 상상도 못했던 서비스들을 저렴하게 제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구글은 적은 비용으로 전세계에 메시지를 보내고 전화를 걸 수 있게 해줬습니다. 검색기능은 말할 필요도 없고요. 또 이동통신사들이 장악해온 휴대폰 시장에 뛰어들어 유력한 모바일 OS를 내놓았고 통신요금도 낮췄죠. 야후의 경우에는 캐럴 바츠 최고경영자(CEO)를 높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최근 가장 혁신적인 기업으로는 어느 곳을 꼽나요.
▦1순위는 단연 애플이죠. 구글도 여전히 혁신적입니다.
-애플 Ⅱ 이후 PC가 대중화된 덕택에 지금 사람들은 인터넷 세상에서 살고 있습니다. 인터넷이 삶을 윤택하게 해주기도 하지만 개개인의 고립을 초래하거나 즉각적인 쾌락만 추구하게 만들기도 하는데요. 직접 인터넷의 부작용을 경험해본 적이 있습니까.
▦아내가 없을 때 종종 빠져들곤 합니다. 그리고 저는 기본적으로 수줍음을 타는 사람이라 사람들로 북적대는 곳에 가는 걸 싫어합니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인터넷이 독이 될 수 있겠죠. 하지만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합니다.
-어렸을 때 지능지수(IQ) 검사 결과가 무려 200이었다고 들었는데, 똑똑하다 보니 피곤한 점은 없습니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그리고 살다 보면 저보다 똑똑한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습니다. 그리고 저는 IQ가 높을지언정 지적인(intelligent) 사람은 아닙니다. 피곤할 건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