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국내기업 90%가 "M&A 위험"

기업 사냥꾼 KT&G 매집 계기 급부상<br>"삼성전자도 260억달러면 현실화 될 수도" <br>급등락장세 'M&A테마' 관심 높아질듯


KT&G가 세계적인 기업사냥꾼의 먹이감으로 떠오르면서 지분구조가 취약한 다른 기업들 역시 마음을 놓을 수 없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한국 증시를 대표하는 삼성전자조차도 260억 달러만 확보하면 적대적 인수ㆍ합병(M&A)가 가능한 만큼 ‘돈만 있으면’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는 기업이 수두룩하다는 지적이다. 윤석 크레디트스위스(CS)증권 리서치헤드는 이와 관련해 “한국 증시가 한단계 레벨업 되고 기업들의 현금도 풍부해져 굳이 기업사냥꾼의 인수 대상으로서 뿐만이 아니더라도 M&A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M&A분쟁이 일 경우 관련기업 주가가 급등하는 만큼 관심 대상일 수밖에 없다. T&G 주가는 6일 9.88%나 급등해 5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대기업도 안심할 수 없다= 이익을 올릴 수만 있다면 앞뒤 재지 않고 달려드는 기업사냥꾼들 입장에서는 순환출자 등으로 느슨한 지분구조를 지닌 대기업들 역시 관심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지난해 LG경제연구원가 국내 상장사의 적대적 M&A 가능성 여부를 분석한 보고서에서도 국내 기업의 10%만이 적대적 M&A로부터 안전한 것으로 조사됐을 정도다. 삼성전자의 경우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이 16.08%에 불과해 25~30%의 지분만 있으면 M&A 시도가 가능하다는 것.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지난 2004년 이후 세계적으로 200억달러 이상의 M&A는 9건에 달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삼성전자에 대해서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산업개발 역시 정몽규 회장 등의 지분이 16.89%에 불과한 반면 외국인 지분율은 66.43%에 달하고 있다. 주요주주로 확인된 외국계 펀드도 토스카펀드(7.6%), 프랭클린템플턴(7.5%), 캐피탈리서치앤매니지먼트컴퍼니(4.93%) 등에 달한다. 소버린과 경영권 분쟁을 겪었던 SK도 여전히 최대주주 등의 지분율은 14.49%에 불과한데 비해 외국인 지분율은 53.59%에 달하고 있다. 또 국내 해운사 주식을 공격적으로 사들이면서 적대적 M&A 가능성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제버란 트레이딩의 경우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지분을 각각 6.55%, 15.8% 보유하고 있다. 반면 한진해운은 조수호 회장 등이 17.69%만을 확보하고 있으며 현대상선도 현대엘리베이터 등이 20.53%를 보유하는데 그치고 있다. ◇민영화 공기업 및 금융기관들도 비상= KT&G와 마찬가지로 민영화 과정을 거친 공기업 출신의 POSCO와 KT도 뚜렷한 최대주주가 없다는 취약점을 지니고 있다. 특히 POSCO는 최근 전세계 철강업계에서 M&A 열풍이 불면서 적대적 M&A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POSCO는 형식상 최대주주는 SK텔레콤으로 되어 있지만 지분율은 2.85%에 불과하다. 실질적인 최대주주는 5.72%를 보유한 얼라이언스캐피털 펀드. KT 역시 국민연금(3.63%)이 최대주주로 되어 있지만 템플턴펀드 등 3개 외국계 펀드가 5% 이상 지분을 가지고 있다. 한편 금융기관 중에서는 국민은행ㆍ대구은행ㆍ대신증권 등의 최대주주 지분율이 낮은 상태다. 정부지분 매각이 마무리된 국민은행의 경우 최대주주였던 ING그룹이 지분을 처분하면서 유로퍼시픽그로스펀드가 4.79%로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대구은행도 스몰캡월드펀드(7.5%) 등 외국계 펀드가 삼성생명(7.36%) 지분율을 훌쩍 뛰어넘었다. 대신증권의 경우 고 양회문 회장의 장남인 양홍석씨 등의 지분율은 5.77%에 그치고 있어 크레디트스위스(CS) 등 외국계 증권사로부터 M&A 테마와 관련한 투자유망종목에 꼽히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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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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