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ㆍ지방정부 간 갈등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지만 올 들어 더욱 증폭되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지자체장들이 유권자의 표만 바라보며 정치논리를 앞세워 정부에 재정부담을 떠넘기는 무리한 요구를 하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지방공약인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의 원안추진 요구, 우리금융 계열 지방은행의 민영화에 대해 시장원리 대신 지역환원이라는 특혜를 요구하는 것이 그 예다. 광주시가 유치했지만 공문서 위조 문제로 정부가 국고지원 불허 방침을 선언한 세계수영선수권대회도 마찬가지다.
물론 지자체 재정을 소홀히해온 정부와 국회에도 책임은 있다. 이명박 정부는 성장률ㆍ세입을 부풀린 올해 예산안을 짰고 박근혜 정부와 국회는 무상보육 확대에 급급해 지자체들의 복지예산 조기소진을 자초했다. 정부와 국회는 취득세 감면이나 기초노령연금 도입, 보육료ㆍ양육비 지원 확대 등 새 복지정책을 도입할 때마다 지자체에 부담의 25~80%를 떠넘기면서도 근본적인 재원대책 수립은 항상 뒷전이었다. 지자체들이 아우성을 쳐야 짜깁기 대책을 내놓는 식이었다. 갈등과 불신만 키워온 것이다.
해결책은 지방자치ㆍ재정에 대한 정부와 국회의 배려, 지자체의 책임성 제고에 있다. 정부는 지자체와 윈윈할 수 있는 세제개편과 지방세원 대책부터 세울 필요가 있다. 지자체의 책임을 높이기 위한 사전ㆍ사후감시 시스템 효율화도 급선무다. 호화청사와 부실 경전철 등 나라와 지방 살림을 축내는 지자체의 폭주를 예방하고 사후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오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