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국내 투자운용사를 통해 최근 시중은행들이 대량으로 매각하고 있는 부실채권 3,000억원을 매입한다. 국민연금의 부실채권 투자는 2009년 10월 6,000억원에 이어 두번째로 총 투자액은 9,000억원으로 늘어나게 됐다.
국민연금공단은 31일 국민연금기금의 대체투자 확대 차원에서 최근 부실채권투자펀드(NPL)에 3,000억원을 추가 투자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는 지난 28일 대체투자위원회를 열고 부실채권 사모펀드운용사인 파인트리 자산운용, 유진-우리F&I 컨소시엄에 각각 1,500억원씩 증액하는 내용의 안건을 의결했다.
국민연금은 금융위기 여파로 은행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부동산 경기침체와 기업구조조정이 맞물리면서 쏟아져 나오는 부실채권을 대체투자 확대의 기회로 보고 추가투자를 신속하게 결정했다.
금융당국도 지난해 연말까지 은행의 부실채권 목표비중을 1.7%로 맞추도록 통보해 지난해 4ㆍ4분기에만 국내 시중은행들은 6조원 넘는 부실채권을 매각했다.
작년 9월 말 국내 은행권의 부실채권 비율은 2.32%로, 카드 대란 직후인 2004년 3월 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에 달하면서 투자여건이 조성돼 국민연금이 투자에 나서게 됐다.
특히 기존에는 해외투자사들이 금융위기 때마다 헐값으로 팔려나온 부실채권을 쓸어담아 간 데 비해 최근에는 국내에도 부실채권투자에 특화한 운용사가 생겨난 것도 투자에 나서게 된 한 배경이 됐다. 금융위기 때마다 되풀이됐던 국부유출을 일부 막을 수 있는 투자환경이 마련됐다는 것이 국민연금 측 설명이다.
아울러 주식과 채권을 제외한 대체투자를 확대를 하기로 한 연기금의 중장기적 목표도 이번에 투자를 결정하게 된 이유라고 국민연금은 설명했다.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위원회는 지난해 6월 2011년 운용계획을 발표하면서 올해 대체투자에 추가로 7조1,000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국내채권 신규투자액 42조원 다음으로 각 부문별로 가장 많은 수치이다.
올 들어 국민연금이 신규로 발표한 대체투자액은 벌써 1조9,000억원에 달한다.
국민연금공단 관계자는 "부실채권의 경우 내부수익률(IRR)이 12∼15% 수준으로 수익성이 좋다"면서 "국내펀드 규모가 커지면서 금융위기 이후에도 국부유출 없이 부실채권을 소화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