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원 및 일반국민을 대상으로 실시된 이번 투표 결과는 기초선거 무공천 방침에 따라 ‘두개의 룰’로 선거를 치를 경우 지방선거에서 전패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지난 대선 당시의 공약 이행이라는 대의명분 보다는 선거 승리라는 실리를 선택한 것이다. 특히 전당원투표에서 ‘공천해야 한다’가 53.44%로 과반을 기록, ‘무공천’ 주장이 근소하게 앞선 일반국민 여론조사와는 다른 추이를 보인 것은 당원들의 선거 패배 위기론을 오롯이 반영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무공천 방침 번복으로 통합의 명분 자체가 뿌리째 흔들리게 된데다 ‘약속 이행’의 기치가 꺾이게 되면서 역풍에 직면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당장 여권은 “새정치는 끝났다”고 대대적 공세에 나서고 있다.
당장 기초선거 공천도 ‘발등의 불’로 떨어지는 등 혼란이 예상된다.
당내 반발을 무릅쓰고 ‘무공천 승부수’를 던졌던 김·안 대표는 이번 ‘U턴’으로 당내 입지 위축이 불가피해지면서 리더십의 위기에 내몰리게 됐다.
무엇보다 안 대표는 또다시 소신을 꺾고 현실의 벽에 무릎을 꿇음으로써 새정치와 신뢰 이미지에서 심각한 내상을 입게 됐다.
특히 이번 투표가 안 대표에 대한 ‘재신임’ 성격을 띠었다는 점에서 안 대표의 당내 기반 확대 및 신당 착근 시도에도 빨간불이 켜지게 됐다.
실제 이날 발표 직전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두 대표 주변에서는 당혹감 속에 침통해 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하지만 이번 결과가 곧바로 김·안 대표의 거취로 연결되지는 않을 것으로 점쳐진다. 안 대표는 한때 “무공천이 뒤집히면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주변에 밝힌 것으로 알려졌지만, 선거 승리에 당력을 집중해야 하는 상황에서 적전분열은 피해야 한다는 데 어느 정도 당내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