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 지명자의 임명동의안 처리가 놀라운 것은 그가 40대 초반의 젊은 여성이거나 이름없는 프리랜서 기자 출신이라는 점 때문이 아니다. 그는 끊임없이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인물이다. '명분 없는 전쟁'을 반대해온 그는 미국의 외교정책을 '범죄적 대외정책'이라고 말한 적도 있다.
한국이었다면 '급진 재야인사'격인 그의 손을 들어준 미국상원 외교위의 투표 결과는 미국 사회가 건강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미국이 막대한 국가채무와 산업경쟁력 실종상황에서도 지구촌 유일의 강대국으로 독주하는 비결이 여기에 있는지 모른다. 미국의 이런 힘은 정치로부터 나온 것이다. 정적마저 자기 사람으로 받아들였던 역대 대통령들의 결단이 포용의 문화를 이끌어냈다.
가장 존경 받는 미국 대통령으로 손꼽히는 에이브러햄 링컨은 후보지명전의 라이벌들에게 국무장관과 재무장관을 맡기고 심지어 전쟁장관은 야당 인사로 채웠다. 레이거노믹스를 '무당의 경제'로 깎아내렸던 조지 H W 부시 후보를 부통령으로 껴안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역대 미국 대통령들의 포용과 화합의 실천은 다양성을 존중하는 문화의 밑거름이 돼왔다.
한국 같으면 어림도 없는 일이다. 생각이 다르거나 위기에 처하면 색깔론을 동원하거나 정치적 압박으로 싹을 짓밟기 십상이다. 포용과 다양성은커녕 상대를 인정하지도 않는다. 패자는 승복하지 않고 승자도 아량이 없다. 끝없는 정쟁과 소모전으로 경제는 뒷전인 한국에서 숨 쉬는 사람으로서 체제와 안보ㆍ외교정책에 대해 날 선 비판을 가한 인물에게도 중책을 맡기는 미국적 정치가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