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 슈바베지수

정구영 <부동산부 차장>

참여정부처럼 강력한 부동산정책을 펼친 정권도 드물다. 그럼에도 주택과 땅을 연결고리로 한 부(富)의 양극화 현상은 더욱 심화하고 있다. 왜 그럴까. 요즘 도마 위에 오르는 강남 아줌마나 부동산중개업소도 원인일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을 주범이라고 하기에는 구조적 요인이 너무 많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없는, 즉 불로소득이 보장되는 상품에 투기 수요가 몰리는 것은 당연해보이기조차 하다. 건설 5적(관료ㆍ재벌ㆍ언론ㆍ정치인ㆍ학자)이 주범이라는 경실련의 주장 역시 ‘절반의 진실’에 그친다. 정작 부동산 불패신화가 깨지지 않았던 것은 국가가 땅을 축으로 한 부동산에 지속적인 투자를 해왔기 때문이다. 과거 고도성장기에는 자본 축적이 미약한 재벌 육성책의 일환으로 고지가 정책을 추진했고 국민의 정부는 건설경기 부양을 경기활성화를 위한 주요 대책으로 활용했다. 참여정부 역시 균형 발전을 명목으로 각종 개발정책을 남발, 사실상 투기 수요를 부채질했다. 선진국에서는 빈곤의 척도로 슈바베지수(Schwabe index)가 쓰인다. 가계소득에서 차지하는 주거 비용(주택 관련 대출원금ㆍ이자ㆍ세금ㆍ보험)으로 측정하는데 25%를 넘으면 빈곤층으로 분류한다. 이 같은 25% 룰을 적용하면 한국인의 70~80%는 빈곤층에 속한다는 이상 야릇한 결론이 나온다. 이는 다시 말해 한국의 주거 비용이 선진국에 비해 터무니없이 높고 주택가격에도 상당한 거품이 끼었다는 반증인 셈이다. 이토록 비싼 주거 비용을 지불하면서도 한국 경제가 버텨올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 소득이 계속 증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주거 비용 상승에 비해 실질소득의 증가가 더 이상 이뤄지지 않고 특히 현재의 부동산 수요는 실질소득에 기반을 둔 것이 아니라 대규모 차입금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거품 붕괴 리스크는 어느 때보다 큰 상태다. 정부는 연착륙의 일환으로 거품 빼기에 나서고 있지만 지속성을 갖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집값이 20%만 떨어져도 주택담보대출 비율이 높은 은행들이 부실화하는 등 금융대란의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해 정부가 치러야 할 부담이 너무 크다는 것. 정부 정책을 슈바베지수 개념에 적용해보면 곧장 선택의 빈곤이라는 결과가 도출될 것 같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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