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다시 열린 코스피 2000시대] <2> 투자패턴이 달라진다

유동성 랠리에 위험자산 선호… 랩 등 자산관리시장 급팽창


부동산 침체저·금리 기조로
랩 시장 규모 올 40조 육박
증권사 진검승부 본격화 예고 펀드 맞춤형으로 질적 성장
소액투자 가능 ETF등 봇물도
코스피지수 2,000시대가 열리면서 개인투자자들의 투자패턴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가계자산의 80%를 부동산으로 보유하고 나머지를 예금이나 주식(혹은 주식형펀드)에 투자하던 과거의 자산운용 패턴에서 벗어나 다양하고 차별화된 금융상품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전성민 골드만삭스 상무는 "한국의 자산관리시장은 선진국형 시장으로 발달하기 위한 초입 단계에 있다"며 "외국인들이 중국과 인도의 자산관리시장이 열리기 전에 한국시장을 테스트마켓으로 삼을 만큼 잠재력이 크다"고 말했다. 과거 일부 부유층이나 법인에만 해당되던 자산관리시장이 급팽창하는 배경에는 유동성이라는 거대한 흐름이 존재한다. 글로벌 유동성 랠리로 자산시장의 레벨업이 진행되면서 위험자산의 가치가 크게 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저금리 기조로 안전자산과 위험자산의 수익률 차이가 크게 벌어지면서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다. 과거 '재테크 1순위'로 꼽히던 아파트ㆍ토지 등 부동산이 규제에 꽁꽁 묶여 더 이상 매력적인 투자자산이 되지 못하는 것도 개인들의 투자패턴을 변화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갈 곳 잃은 부동자금들은 금융자산을 기웃거리기 시작했고 이들의 입맛을 맞추기 위한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가 속속 등장했다. 최근 이 같은 흐름을 주도하는 것은 단연 랩어카운트다. 랩어카운트란 증권사가 고객의 취향에 맞춰 자산을 관리해주면서 일정한 수수료를 받는 상품으로 펀드가 여러 고객의 자산을 한꺼번에 묶어서 운용하는 것과 달리 개별 고객의 자산을 맞춤형 서비스로 관리해준다. 지난 1월만 해도 20조원 규모이던 랩어카운트 시장은 10월 말 현재 33조원을 훌쩍 넘어선 데 이어 올해 말에는 4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랩어카운트 중에서도 투자자문사의 자문 포트폴리오에 따라 운용되는 자문형 랩은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며 흥행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올해 초만 해도 1조원에 못 미치던 국내 12개 증권사의 자문형 랩 누적잔액은 이미 4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에는 코스피지수가 2,000포인트를 돌파한 상황에서도 신생 투자자문사인 창의투자자문에 하루 만에 5,000억원의 투자자금이 몰리기도 했다. 랩어카운트 시장의 급팽창은 코스피지수 2,000시대에도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2008년 금융위기 후 한때 위축됐던 자산관리시장은 내년에는 올해보다 4조원 이상 증가하며 플러스 성장세로 반전될 것"이라며 "랩어카운트 시장은 7조원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신긍호 한국투자증권 자산컨설팅부장은 "코스피지수가 2,000포인트를 넘으면서 랩 상품 수익률과 서비스를 둘러싼 증권사 간 진검승부는 본격화될 것"이라며 "또 지금까지는 국내주식 중심의 자산관리상품이 주를 이뤘지만 앞으로는 다양한 자산ㆍ섹터ㆍ지역에 투자하는 랩 상품이 등장해 다양하고 전문적인 금융상품을 선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랩어카운트 시장이 급팽창하면서 이와 경쟁하는 펀드시장도 질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펀드자금 유출이 이어져 양적으로는 쪼그라들었지만 신규펀드 출시는 오히려 증가세로 돌아서고 있어 변화의 조짐이 엿보인다. 금융정보제공업체 제로인에 따르면 국내 신규 공모펀드는 지난해 367개에서 올해 381개로 늘었고 해외 신규 공모펀드도 56개에서 74개로 증가했다. 최근에는 주식편입 비중을 시황에 맞춰 늘리는 분할매수형펀드, 주가등락에 따라 저가매수와 고가매도를 자동 실행하는 시스템분할매매펀드, 목표수익률 달성시 채권형으로 전환하는 전환형펀드, 연금처럼 정기적으로 수익을 지급하는 월이자지급식펀드 등 다양한 맞춤형펀드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김대열 하나대투증권 펀드리서치팀장은 "안정적인 채권혼합형펀드ㆍ해외채권형펀드부터 공격적인 압축포트폴리오펀드까지 투자자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펀드 포트폴리오의 폭이 넓어지는 추세"라며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펀드자산 비중이 여전히 낮아 성장잠재력이 높은데 적립식펀드ㆍ퇴직연금 등이 수요기반을 제공하는 가운데 혼합형펀드ㆍ기타펀드가 활성화되면서 질적인 성장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랩ㆍ펀드 외에도 다양한 금융기법을 활용해 투자위험도를 낮춘 상품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상장지수펀드(ETF)의 경우 주식뿐 아니라 채권ㆍ상품 등 다양한 ETF가 등장하면서 투자자 본인이 소액으로도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게 됐다. 박상우 우리자산운용 퀀드운용본부장은 "가입과 해지 절차가 번거로운 펀드에 비해 ETF는 홈트레이딩시스템(HTS)으로 직접 거래할 수 있다 보니 실시간으로 원하는 자산배분을 할 수 있어 고객 스스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증권업계도 새로운 자산관리시장에서 기선을 잡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자산관리가 곧 금융회사의 브랜드를 넘어 미래경쟁력을 좌우할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계웅 신한금융투자 펀드리서치팀장은 "앞으로 자산관리 서비스는 타 금융권과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동시에 방송ㆍ웹ㆍ모바일과의 융합을 통해 쌍방향으로 소통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창구가 될 것"이라며 "2011년은 금융회사 간 자산관리 서비스 아이디어 경쟁, 기술력 업그레이드, 신상품 출시 등을 어느 때보다 흥미 있게 지켜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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