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소공인을 글로벌 장인으로] <3> 혁신으로 거듭난다

문래동을 '머시닝밸리'로 키워야죠<br>진흥협회, 영세업체 대상 소공인 경영대학 운영 성과… 4기째 졸업생 100명 배출<br>공동장비 이용·마케팅 지원… 공동체 의식·변화 의지 키워

서울 문래동 소공인특화지원센터에 열린 '소공인 경영대학' 졸업식에서 4기 학생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소공인진흥협회

# 문래동 금속가공단지에서 30년째 금속가공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일대가 재개발 되면 이전비용을 받고 사업을 접어야겠다는 생각 뿐이다. 30평짜리 공장에서 하루 종일 쇠냄새를 맡으며 일하지만 점차 일은 줄고 시설은 노후화돼 마음이 답답하다.

# 중학교를 중퇴하고 40년 째 선반업체를 운영해온 B씨는 퇴근 후 마시는 소주 한 잔에 하루 스트레스를 푼다. 요란한 기계소리와 푹푹 찌는 열기로 가득한 사업장에서 일을 마친 그가 즐길 수 있는 유일한 낙이다.


이랬던 이들에게 작은 변화가 시작됐다. 현실에 안주하려던 A씨는 다시 한 번 도약하기 위해 노후화된 시설을 교체할 계획이다. B씨는 그 좋아하던 술을 마다하고 강의장을 찾아 학구열을 불태웠다.

27일 문래동 소공인특화지원센터에서 만난 곽의택(57) 한국소공인진흥협회 회장은 영세 소공인들을 설득하기 위해 힘들게 사업장을 찾아 다니던 이야기를 풀어 놓았다. 그는 "처음에는 무슨 꿍꿍이가 있어 찾아온 것 아니냐며 문전박대 당하기 일쑤였다"며 "하지만 우리나라 산업의 뿌리역할을 하는 소공인 발전을 위해 협회에서 도움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국소공인진흥협회는 문래동에 위치한 2,828개 영세 금속가공업체들의 경쟁력을 높이고 금속가공단지를 일류 머시닝밸리로 발전시키기 위해 나선 단체다. ▦소공인 경영대학 ▦공동장비 이용 ▦공동 마케팅 지원 ▦진단컨설팅 ▦집적지 기술수요조사 및 DB구축 등의 사업을 펼치고 있다.


특히 소공인 경영대학은 영세 금속가공업체들의 호응이 뜨겁다. 사업장마다 발품을 팔아 홍보한 덕분에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4기 졸업생 100여명을 배출했다. 수업은 일주일에 3회씩 5주 과정으로 진행된다. 교육은 하루 2시간씩 의식변화, 목표관리방법, 비즈니스매너. 품질관리, 판로확보, 세무ㆍ회계 등 다양한 커리큘럼으로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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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 회장은 "1기생을 모집할 때는 업체대표들이 일도 힘든데 교육을 받으면 자신들에게 어떤 혜택이 있냐며 거부감을 내비친 것이 사실"이라며 "시간이 지나 좋은 입소문을 통해 5기까지 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초기 강의실은 술냄새가 진동했다. 일을 마치고 술잔을 기울이는 것이 일상이던 이들은 자연스레 음주수업을 받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자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맨 정신으로 강의장을 찾았다. 수업을 함께 들었던 기수끼리 네트워크를 형성해 정기 모임도 만들어졌다. 곽 회장은 "강의를 통해 점차 의식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볼 수 있다"며 "지금은 모두가 진지하게 수업에 집중한다"고 밝혔다.

소공인 경영대학을 졸업한 유대수 유수기공 대표는 "이곳은 주로 학창시절 학교공부를 제대로 받지 못한 채 30년 이상 일만 한 사람들"이라며 "인식이 변하고 믿음이 생겼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미소를 지었다. 엄봉남 삼진기공 대표는 소공인특화지원센터 사무실로 쓰라며 사장실로 쓰던 공간을 내주기도 했다. 엄 대표는 "경영대학 덕분에 나밖에 모르던 사람들이 개인이 아닌 공동체의식을 갖기 시작했다"며 "문래동이 머시닝밸리로 거듭나기 위해 선뜻 사무실을 제공했다"고 웃음을 보였다.

하지만 아직 소공인을 위한 지원은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업체 관계자들은 소상인에 치우쳐있던 지원과 관심이 소공인에게 생긴 것은 긍정적인 일이지만 낙후된 이미지 등 개선이 아직 미흡한한 부분이 많다고 입을 모은다.

또 인력수급 등의 어려움은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숙제다. 문래동 금속가공단지 근무자의 평균 연령은 52.5세. 업체 대표들은 평생을 바쳐 일군 사업장이 대를 잇지 못하고 문을 닫을까봐 근심이 많다. 최근 아버지 뒤를 이어 기술을 배우고 있는 젊은 청년들이 조금씩 생기고 있지만 일손이 부족한 곳이 대다수다. 최근 10년이상 숙련된 사람을 인력채용에 나섰던 업체는 아직도 사람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곽 회장은 "문래동의 이미지 개선을 위해 공동 포털사이트를 개설, 각 업체마다 사이트를 만들어 홍보할 생각"이라며 "2편의 UCC제작과 함께 추후 모바일 앱 등을 통해 점차 접점을 늘리는 다양한 방법을 도입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자금지원과 인력 수급 등 고질적인 문제 해결에도 적극 나서 소공인을 대표하는 단체로 자리매김하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박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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