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과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의 20일 한ㆍ영 정상회담은 하루도 안되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북한핵문제, 경제분야를 비롯한 양국간 관계증진 방안, 국제사회에서의 공동 관심사 등 많은 얘기가 오갔다. 두 정상은 약속이라도 한 듯 이번 만남이 개인적으로도 신뢰와 친분, 돈독한 유대를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밝혔다. 그만큼의 화젯거리도 쏟아졌다.
○…이날 공동기자회견에서는 노 대통령에게 질문하기로 한 영국 ITN방송 니콜라스 로빈슨 기자가 블레어 총리에게 국내 문제를 묻고 노 대통령에게는 질문을 하지 않아 분위기를 썰렁하게 하는 해프닝이 연출됐다. 사회를 맡은 이해성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 기자의 질문과 블레어 총리의 답변이 끝나자 “노대통령에게 질문할 내용이 없느냐”고 기회를 더 주려고 했으나 그는 “노 탱큐(없다)”며 거절했다.
영국측의 결례에 발끈한 청와대는 회견을 마치자 마자 영국기자의 행동에 대해 영국 총리실에 사과를 요구했다. 이 수석은 “로빈슨 기자가 나중에 개인적으로 사과했으며 존 쉴드 영국 총리실 공보관이 공식 사과했다”며 전송된 사과문을 기자들에게 제시했다.
○…노대통령은 기자들과의 일문일답 시간에 우리측 기자가 이번 정상회담의제와는 관계가 없는 21일 특별 기자회견을 갖게 된 배경설명을 요구하자 “원래 야구얘기를 할 때는 축구 얘기를 하지 않는 법”이라며 슬쩍 피해갔다. 야구얘기와 축구얘기를 동시에 하면 얘기가 범벅이 돼 혼란만 줄 뿐이라는 논리였다.
그러자 블레어 총리는 영국 기자의 질문을 받기 전 “나에게는 야구 얘기만 짧게 해달라”고 주문해 회견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블레어 총리는 공동회견 후 노무현 대통령과 상춘재에서 만찬을 갖기 전 갈비에 대한 예찬을 늘어놨다. 블레어 총리는 노대통령과 상춘재로 걸어 올라가면서 갈비를 굽는 냄새가 나자 “어디서 맛있는 냄새가 나는데…”라며 군침을 삼켰다. 노대통령은 “지금부터는 내가 걱정”고 말하고“오늘 갈비가 맛있어야 하는데…”라며 인상적인 만찬을 위해 갈비가 맛있게 구워져 있기를 기대했다.
블레어 총리는 또 청와대 녹지원을 가리키며 “아름다운 정원이다. 세팅이 잘 된 것 같다”며 녹지원 예찬도 늘어놨다.
<박동석기자 everest@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