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시론/11월 3일] 글로벌 금융안전망 구축하려면

이인형 <자본시장연구원 실장> 2007년 중반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시 세계 주요 선진국들의 중앙은행들은 서로간의 ‘통화스왑(currency swap)’ 협정을 체결하면서 유동성을 공급하는 등 활발한 공조를 벌였다. 한국은 당시 건전한 경제 기초여건에도 불구하고 급격한 자본유출로 인해 외화 유동성 부족을 경험했고 한국은행과 미국 연방준비위원회와의 통화스왑 협정을 통해 효과적으로 유동성 위기를 관리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국은 이러한 경험을 배경으로 향후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시 각국 간의 공조가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게 됐고, 서울 G20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로 ‘글로벌 금융안전망 구축’제안하게 됐다. 토론토에서 각국 정상들은 금융안전망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 구체적 실행 방안 마련을 위해 기존 IMF의 대출제도를 개선할 것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IMF는 지난 8월 30일 이사회를 통해 한국 주도하에 논의 중인 글로벌 금융안전망 구축 노력의 일환으로 대출제도 개선안을 승인했다. 본 개선안은 기존의 ‘탄력대출제도(Flexible Credit Line)’의 조건을 확장하는 안과 새로운 제도로서 ‘예방대출제도(Precautionary Credit Line)’를 도입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탄력대출제도는 IMF가 2009년 3월에 도입한 제도로 경제 기초여건이 우수한 국가가 사전에 대출한도를 신청해 한도설정을 허락 받을 경우 유동성 위기 발발 시 아무런 조건 없이 인출을 할 수 있는 제도다. 이 제도는 IMF가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당시 가혹한 경제 구조조정을 전제로 대출했다가 아시아 국가들에게서 반발을 산 경험과 IMF 자금 수혈 자체가 ‘낙인효과(stigma effect)’를 가져온다는 의견을 의식해 제안한 새로운 유형의 대출제도다. 한국은 IMF 탄력대출제도의 효율성과 예측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대출한도의 폐지와 인출기한 연장을 위해 각국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면서 최종 제도 개선안을 도출하는 등 IMF와 함께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IMF는 또 기존 탄력대출제도의 엄격한 적격 심사요건으로 위기 시 유동성 공급을 받을 수 있는 대상국가가 매운 제한적이었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예방대출제도(Precautionary Credit Line)를 새로 도입했다. 예방대출제도는 탄력대출제도 지원기준을 충족하지는 못하지만 건전한 정책을 수행중인 국가를 대상으로 한다. 지역 협력 차원의 금융안전망 논의도 진행 중에 있다. 기존의 역내 금융위기 예방시스템을 표방하며 시작됐던 ‘치앙마이 이니셔티브’를 더욱 확대 발전해 아시아 역내 금융안정망을 확보하는 방안이다. 이를 IMF의 재원과 연계할 경우 실효성 있는 안정장치가 마련될 수 있다. IMF 지원에 따른 낙인효과를 완화시킬 수 있는 반면지역협정의 재정을 보강할 수 있는 방안으로 서로의 장단점을 보완하며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 부각되는 환율 논쟁은 사실 글로벌 금융안전망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 한국과 같은 신흥국들의 시장개입으로 외환보유액 확충은 금융위기에 대비하기 위한 보험 확충이라는 포석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낙인효과나 도덕적 해이라는 문제없이 가장 확실하게 금융안전망을 개별 국가 차원에서 마련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글로벌 차원의 금융안전망 확충이 왜 필요한가에 대한 유효한 논리 체계를 제공할 수 있다. 즉 신흥국의 외환시장 개입과 외환 축적으로 인한 글로벌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 실효성 있는 글로벌 금융안정망 확충이 필요하고, 선진국들의 이해관계와도 맞아 떨어진다는 점을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 이는 한국 주도로 이루어지고 있는 IMF 대출제도 개선이 신흥국과 선진국의 이해관계를 조율하며 내딛는 안전망 구축의 첫발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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