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윤리경영의 첫걸음 '더치 페이'

어느 기업이나 대외업무를 진행하다보면 상대방과의 접점에서 발생하는 비용부담문제로 고심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동안은 아쉬운 민원사항으로 만남을 청하거나 ‘을’ 입장인 쪽에서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관례였다. 이 과정에서 명시적ㆍ묵시적 비용 가이드라인을 넘어서는 경우 정산과정에서 내부갈등에 부딪히기도 하고 간혹 발생하는 개인적ㆍ조직적 비리로 사회적 물의를 빚기도 했다. 한국사회에서 무시할 수 없는 특유의 온정주의ㆍ연고주의로 다소 무리가 가더라도 관행상 비용지출이 이뤄져왔던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정’에 의존한 만남 문화로 윤리경영 측면에서 우리나라는 세계경제에서 차지하고 있는 양적 위상에 비해 질적 위상에서 아직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서양의 ‘더치페이’, 일본의 ‘니폰페이’와 같이 우리나라에서도 점점 업그레이드된 비용분담 문화가 확산되는 희망적 양상이 점점 눈에 띄고 있다. 필자가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도 3년 전부터 자기 몫은 자기가 내는 ‘신세계 페이’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시행 초기에는 어색하기도 하고 딱딱한 인간관계가 되는 듯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과거 수직적ㆍ종속적이었던 협력회사 관계가 점점 수평적이고 대등한 파트너십 관계로 나아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과도한 비용지출이 줄면서 품질개선, 원가절감 노력 등 기업 본연의 활동에 집중할 수 있게 돼 궁극적으로 소비자 및 기업 모두에 득이 되는 긍정적인 효과를 거두고 있다. 세계시장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는 우리 기업들은 품질과 가격 문제뿐만 아니라 각 나라마다의 엄격한 윤리경영 기준적용에 직면하고 있다. 이제는 기업이 단순히 제품이나 서비스뿐만 아니라 윤리적 ‘품격’ 측면도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우수성을 갖춰야 하는 시대다. 외국에 나가서 당황하는 경우를 당하기 전에 먼저 우리 문화 개선으로 격을 높여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윤리경영의 첫걸음은 처음엔 어려운 듯하나 당장 실천할 수 있는 것이다. 바로 자기 몫은 자기가 내는 문화의 확산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한국인 특유의 애틋하고 끈끈한 ‘정’을 잃어서는 안 되겠지만 합리적 기준을 보다 엄격히 적용해나가야 할 것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