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동부지검 박지영 검사(39ㆍ연수원 29기)는 올해 4월 대검찰청으로부터 특별임무를 부여 받았다. 여성 검사의 증가가 남성중심의 기존 검찰문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그리고 검찰 문화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여성 검사가 능력을 십분 발휘하기 위해 필요한 근무조건은 무엇인지 등을 연구해 제출하라는 것. 박 검사는 자신을 포함한 여성검사 3명과 남성 검사 3명으로 이뤄진 연구팀의 팀장을 맡아 '검찰문화 개선을 위한 여성검사의 역할'이라는 주제의 연구작업을 수행 중이다. 이번 연구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부분은 올해 8월말께 실시될 검찰 내부 설문조사다. 남ㆍ여 평검사와 수사관들을 상대로 실시되는 설문조사에서는 검찰 내 술자리 문화, 근무지 및 야간당직 배정 등 여성 검사들이 실제 일하면서 흔히 부딪히는 애로사항이 무엇이고, 어떻게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검찰이 여성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것은 일종의 사건이나 다름없다. 검찰의 한 간부는 "남성문화가 강한 검찰이 여성 문제에 관심을 갖는다는 것 자체가 일종의 사건"이라며 말했다. 검찰이 여성검사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최근 수년간 여성 검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급격히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에만 108명(군 법무관 포함)의 신임 검사 중 여성이 57명을 차지해 사상 처음으로 절반을 넘어섰고, 이 같은 추세대로라면 5~6년 후에는 전체 평검사의 절반이 여성으로 채워질 전망이다. 박 검사는 "여성 검사들은 자존심이 강해 육아 문제 등 어머니 또는 여성으로서 자신이 처한 어려움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며 "이번 기회에 여성 검사들이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토대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 딸의 어머니이도 한 박 검사는 서울중앙지검과 법무부 등을 두루 거친 엘리트 검사다. 특히 여성 검사로는 유일하게 검찰 인사를 담당하는 법무부 검찰 1과에서 근무한 것이 연구팀을 이끌게 된 배경이라는 후문이다. 여성검사 증가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인 만큼 검찰이 어떤 결과를 내놓을 지 사뭇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