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수출 효자품목의 속앓이

기름 한 방울도 나지 않는 나라에서 석유가 국가 수출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믿기 어렵겠지만 바로 오늘날 대한민국 정유업체들이 일궈낸 기적이다.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석유제품은 올 들어 10개월 연속 수출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올 1~10월 누적 석유제품 수출액은 468억달러로 전통적 수출품목인 반도체(415억달러)와 자동차(386억달러)를 모두 제치고 수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난해 수출품목 1위 선박이 올해는 5위권에도 들지 못한 것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원유를 전량 수입하는 우리나라에서 석유가 수출 효자품목이 된 것은 무엇보다 국내 정유사들의 탁월한 정제능력 덕분이다. 정유사들은 수십년간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가며 대단위 정제시설 투자에 많은 공을 들여왔고 이에 힘입어 질 좋은 석유를 대량 생산해 비싼 가격에 다시 수출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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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현재 국내 정유사들은 수입한 원유를 정제해 뽑아낸 석유제품의 절반 이상을 해외로 수출하고 있다. SK에너지의 경우 지난해 전체 매출의 60%가량을 차지했던 수출 비중이 올 3ㆍ4분기에는 70%를 넘어섰으며 다른 정유사들 역시 매출의 60% 이상을 수출로 벌어들이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이러한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오히려 국내에서 정유산업은 소비자들에게 기름을 팔아 수익을 내는 내수산업이라는 오해를 받고 있다. 기름 값을 잡겠다며 알뜰주유소와 석유 혼합판매 등을 앞세워 정유사들을 ‘공공의 적’으로 내모는 정부 정책은 이러한 오해를 부채질하고 있다.

게다가 정부당국은 한발 더 나아가 석유의 전자상거래를 활성화시키겠다며 국민 세금까지 들여 수입산 석유에 관세혜택까지 주고 있다. 정유산업의 수출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원은 못해줄망정 오히려 수입제품에 불공평한 인센티브를 주고 있는 셈이다. “올해 사상 첫 수출 1위 품목 등극이 그다지 반갑지만은 않다”는 정유사 관계자의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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