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벼랑끝 몰린 동부그룹] 자율협약은 미봉책… 2금융권 움직임 따라 워크아웃 갈수도

■ 동부제철 자율협약

유동성 악화로 계열사 추가 구조조정 불가피

건설 등 상거래 채권 많아 법정관리 가능성

채권단 '장남 지분' 담보 요구 경영권도 위태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지난해 10월 동부제철 당진공장에서 열린 임원회의에서 동부제철에 대한 외부의 우려에 대해 자신감을 피력하고 있다. /서울경제DB


재계 순위 18위인 동부그룹이 결국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맺고 고강도 기업 구조조정 수순을 밟게 됐다. 일단은 동부제철이 자율협약의 형태로 구조조정의 길에 들어섰지만 2금융권과 상거래채권자 등의 움직임에 따라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이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더욱이 1차적으로 동부제철 한 곳이 구조조정 대상이 됐지만 유동성 위기에 몰린 동부의 사정을 감안할 때 다른 계열사들이 추가로 구조조정 압박에 몰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동부건설 등 시황이 좋지 않거나 상거래채권이 많은 곳이 걱정이다.

여기에 만기 회사채 지원 등을 대가로 추가 구조조정 방안을 요구하는 채권단이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남호 동부제철 부장의 화재 지분을 담보로 요구하고 있어 제조업 분야의 구조조정이 금융계열사들의 경영권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


◇자율협약은 미봉책…구조조정 속도 따라 워크아웃 가능성=동부그룹의 유동성 위기는 건설과 제철에서 시작됐다. 특히 제철은 지난 2008년 이전에 대규모 투자를 감행한 후 업황이 개선되지 않으면서 재무구조가 악화됐다. 지난해 말 기준 제철의 차입금은 2조6,000억원(산업은행 1조원, 기타 1조6,000억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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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지난해 말 3조원 규모의 자구계획안을 내놓았지만 제대로 이행되지 못했다. 가시화된 성과는 동부익스프레스(3,100억원)와 동부특수강(1,100억원), 당진항만(1,500억원) 지분 매각 등에 불과하며 그나마 동부로 유입된 현금이 별로 없다. 핵심인 동부 패키지(동부제철 인천공장+동부발전당진)에 대해 포스코가 인수를 끝내 거부하면서 동부제철이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은 거의 사라졌다.

채권단은 포스코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자 보다 강제적인 구조조정 방안을 모색해왔다. 매각이 불발돼 제철이 법정관리 등으로 내몰릴 경우 2조6,000억원의 여신을 보유한 채권단에는 쇼크가 불가피하다. 산업은행은 결국 동부제철의 700억원 규모 회사채 차환발행을 유보해놓은 상태에서 23일 김 회장과 만나 자율협약 방식의 구조조정을 제안했다.

이는 역으로 자율협약이 미봉책이 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한 기업 구조조정 전문가는 "자율협약은 충당금 부담을 덜기 위한 채권단과 경영권 유지를 위한 동부 측의 입장이 맞아 내린 결론"이라며 "2금융권 채권이 많지 않다고 하지만 상환 요구가 왔을 때 이를 은행이 소화해주기 힘들다는 점과 상거래채권 등에 얼마나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극적인 구조조정의 탈출구를 조기에 마련하지 못할 경우 2차(워크아웃), 3차(법정관리) 구조조정의 수순이 불가피할 수 있다는 얘기다.

◇동부 패키지 분리매각 추진…장남 지분 담보는 불투명=앞으로 남은 최대 현안은 동부그룹이 과연 자율협약 과정에서 김 회장의 장남인 김 부장의 동부화재 지분(13.29%)을 담보로 내놓을지 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 부장의 동부화재 지분을 담보로 제공할 경우 장기적으로 동부화재의 경영권이 위협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동부그룹은 이를 완강히 반대하고 있다. 채권단은 그러나 총수의 책임 있는 경영을 위해서는 김 부장의 지분을 담보로 내놓아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와 함께 포스코가 인수를 거부한 동부 패키지의 경우 분리매각이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은행은 기업 가치가 높은 동부발전당진을 6월 중 경쟁입찰 방식으로 우선 매각하고 동부제철 인천공장은 동부그룹과 상의해 매각방안을 다시 확정할 방침이다. 김 회장의 동부제철 경영권도 자율협약 진행 과정에서 변동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산은이 전문경영진 체제 등 다른 방식의 경영을 제안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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