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에서 지난 5일부터 열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1차 본협상이 9일(현지시간) 모두 끝났다. 양측은 총 17개 분과 중 13개에서 양측간 합의사항과 쟁점을 정리한 통합협정문을 작성했으나 농업ㆍ섬유ㆍ무역구제ㆍ위생검역(SPS) 등 주요 분과에서는 통합협정문 마련에 실패해 극명한 입장차를 드러냈다. 통합협정문을 작성한 분과들 역시 개성공단 문제 등 첨예한 대립적 이슈들이 그대로 남아 있어 다음달 서울에서 열릴 2차 본협상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최대 쟁점 분야로 꼽히는 농업은 양측의 의견차이가 워낙 컸다. 협상단의 한 관계자가 “양측이 ‘동의할 수 없다는 데만 동의했다(agree to disagree)’”고 논평을 내놓을 정도였다. 우리측은 농산물 특별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와 저율관세수입물량(TRQ) 제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으나 미측은 완강히 반대했다. 섬유분과에서는 우리측이 섬유와 의류제품의 조기 관세철폐와 원산지 기준 완화를 강력히 요구하며 공세를 펼쳤으나 미측과 입장차가 커 협상은 평행선을 달렸다. 무역구제분과에서도 우리측이 반덤핑 발동 남용방지와 발동요건의 강화를 주장한 반면 미측은 무역구제 관련 법령의 약화를 초래하는 논의는 어렵다고 난색을 표해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의약품ㆍ의료기기 작업반에서는 보건복지부가 지난달 발표한 ‘약제비 적정화 방안’을 놓고 공방이 벌어졌다. 미측은 이 방안이 자국 제약사를 차별할 가능성이 크다며 시행에 노골적인 반대의사를 나타냈으나 우리측은 건강보험제도의 재정건전성과 지속성을 위해 꼭 필요하며 외국산 제품을 차별하지도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종훈 우리측 수석대표는 1차 협상을 마무리하며 “양측이 전반적으로 우호적이고 건설적인 분위기에서 협상을 벌였다”며 “향후 협상 진전을 위한 기반은 마련했다”고 밝혔다. 커틀러 미국측 수석대표는 “상당수 분야에서 생산적이고 중요한 진전을 이뤘다”면서도 “해결이 매우 어려운 쟁점이 많은 만큼 다음 협상 전에도 e메일과 화상회의ㆍ접촉 등을 통해 입장차를 좁혀나가겠다”고 말했다. 한미 양국은 다음달 10일 서울에서 열리는 2차 협상에 앞서 서로간에 상품 양허안(관세인하율 및 이행기간)과 서비스ㆍ투자 유보안(개방 제외품목)을 교환한 뒤 본격적인 주고받기식 협상을 벌이는 등 연말까지 양국을 오가며 합의안 도출을 위한 밀고 당기기를 계속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