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G20 자원봉사자들 "병풍 신세!"

서울시 "다다익선" 최초 계획 2배 5800명 선발<br>"준비 많이 했는데 현장선 일 없다고 쉬래요" 푸념<br>행사용 신분증 안 나와 코엑스 입장 못하기도

"작은 보탬 되고 싶었는데, 그냥 쉬래요" 회사원 임선주(가명ㆍ26)씨는 올 6월 서울시 G20서울정상회의지원단의 자원봉사자 모집에 지원했다. 평소 영어에 자신이 있었던 데다 국내에서 열리는 큰 국제행사에 작은 보탬이 되고 싶다는 마음에서다. 외국어 자격증 등 관련 서류를 보냈고 원어민 인터뷰 등의 난관을 뚫고 어렵게 합격했다. '민간외교관'이 된 자부심에 들떠 9일 행사장인 코엑스로 향한 임씨는 자원봉사 첫날부터 실망감이 폭풍처럼 몰려왔다. 현장 담당자로부터 '일이 없으니 일단 쉬라'는 말을 들었던 것. 코엑스 인근에서 안내업무를 맡은 임씨는 "자원봉사자가 되기 위해 그간에 준비했던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고 푸념했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자원봉사자들의 불만이 벌써부터 쌓이고 있다. 자원봉사단 인력관리가 허술하다 보니 하는 일 없이 시간만 보내거나 원래 신청한 봉사일정과 달라져 어쩔 수 없이 포기하는 경우가 생기는 등 곳곳에서 파열음이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G20자원봉사자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툴툴거리는 자원봉사자들의 소리로 들끓고 있다. 한 봉사자는 "봉사일정이 왜 신청한 날과 다르냐고 했더니 지원단의 봉사단 관리자가 '정 일정이 맞지 않으면 빠져라'고 말하더라"며 황당해했다. 또 다른 봉사자는 "투어버스 동승 업무를 배정받았는데 신청한 봉사날짜와 투어버스 운영일이 맞지 않다는 것을 7일에서야 알게 됐다"며 "교육 등에 참여하려고 그 동안 지방에서 왕복 차비 16만원을 썼는데…"라고 못마땅해했다. 행사용 신분증이 발급되지 않아 봉사활동이 예정돼 있는 코엑스는 근처에도 못 가고 있다고 투덜되는 봉사자도 있었다. 행사안내를 위해 선발된 한 봉사자는 "'봉사하러 온 사람이 불평해서야 되겠냐'는 생각에 화를 누르고 있지만 관련 행사에 불려가 병풍처럼 서 있었던 것이 봉사의 전부였다"고 말했다. 이처럼 자원봉사 관리가 삐걱거리게 된 데는 필요 이상의 인력을 선발한 게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의 G20서울정상회의지원단은 당초 자원봉사단 2,600여명을 모집해 교통시설과 숙소안내, 문화ㆍ관광시설 안내, 행정지원 등에 투입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1만2,300여명의 신청자가 몰렸고 서울시는 온ㆍ오프라인 교육을 거쳐 5,817명을 최종 선발했다. 애초 계획보다 2배가 넘는 숫자다. 그러다 보니 봉사자는 넘쳐났고 인력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데 곳곳에서 틈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 이 바람에 봉사자를 지원받는 기관들도 곤혹스럽다. 최근 G20 관련 행사를 주최한 모 기관의 관계자는 "예상보다 2~3배 많은 봉사자가 파견돼 시킬 일이 마땅치 않았다"며 "일부 봉사자는 '이런 일을 하려고 자원한 게 아니다'는 항의를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G20서울정상회의지원단 측은 안내자가 많을수록 효과적이라 인력이 낭비되고 있는 게 아니라는 입장이다. 지원단 자원봉사운영팀 관계자는 "기대보다 적은 역할을 맡게 된 봉사자가 많아 불만이 나오는 것 같다"며 "한 명의 관광객을 안내하더라도 국민을 대표한다는 생각을 하면 꼭 작은 역할이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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