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차이나 리스크 글로벌 경제 빨간불] 위안화 절하 후 신흥국 통화 몸살… "중국발 세계침체 위기 온다"

링깃화 14.7% 폭락… 1주일새 亞화폐지수 2.5%↓

中 경기둔화 우려에 브렌트유 가격 하락세 이어가

"과잉투자 후유증 크다" 中 성장률 전망도 비관적


"상품시장과 신흥국에서 들려오는 북소리(drumbeat)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19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11~13일 잇따라 이뤄진 중국 인민은행의 위안화 평가절하를 '북소리'에 비유하며 중국발 위기를 경고했다. '북소리'는 표면적으로 위안화 절하지만 더 깊은 진원지는 중국 경제의 침체라고 FT는 지적했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중국 경제침체 위기에 휘청거리고 있다. 특히 중국 인민은행의 기습적인 위안화 평가절하 이후 신흥국 통화가치도 도미노 하락세를 보이며 글로벌 경제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11일 위안화 평가절하 이후 1주일 동안 JP모건아시아화폐지수는 2.5%나 하락했다. 2008년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하락세를 보이며 말레이시아 링깃화는 17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수출경기 회복을 위한 위안화의 재채기에 아시아 신흥국 통화들이 독감에 걸린 셈이다. 원자재 가격도 몸살을 앓고 있다. 중국의 경기둔화 우려에 브렌트유 가격이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고 구리 가격은 2009년 7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중국발 위기…우려에서 현실로=중국 정부는 '환율전쟁'이라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사흘 연속 위안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긴급 처방을 내놓을 만큼 경제가 어렵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했다. 수출·생산·소비 등 3대 경제지표는 이미 망가질 대로 망가졌다. 2010년 27.7%에 달하던 수출 증가율은 올 들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올해 7월 8.9%나 감소한 수출에 중국 지도부가 충격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생산자물가지수(PPI)는 41개월째 감소세다. 내수소비도 위축됐다. 7월 자동차 판매량은 4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며 17개월 내 최악의 성적표를 보였다.

관련기사



중국 경제의 대차대조표도 불안하다. 정부와 기업이 성장률 유지를 위해 빚을 내 투자를 하며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기업부채 비율은 125%로 한국(105%)이나 미국(67%)보다 높다. 증시폭락으로 악화된 가계부채까지 더하면 부채 비율은 207%로 채무 위기를 겪고 있는 그리스(185%)보다도 높다. 과잉 투자에 의한 경기부양이 한계점에 이르렀다는 성급한 분석도 제기된다. 루치르 샤르마 모건스탠리 신흥시장 총괄대표는 "중국 증시의 폭락과 위안화의 급격한 평가절하 등으로 중국 경제를 둘러싼 위기가 표면화됐다"며 "'중국에 의한(made in China)' 세계 경기침체가 다가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성장률 운 좋으면 4%, 최악엔 2%=선행지표까지 악화되며 중국 경제 성장률에 대한 앞으로의 전망도 비관적이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투자은행들의 올해 중국 성장률 예상치는 6.9%. 하지만 여기에는 '하반기 회복'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위안화 평가절하 이후 전문가들은 6.3%까지 전망을 낮추고 일각에서는 2%라는 극단적인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닥터 둠' 마크 파버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자동차 판매와 생산부진으로 중국 경제는 운이 좋으면 4% 성장을 하겠지만 2% 정도를 예상한다"고 말했다.

비관론의 배경에는 과잉 투자 후유증과 특정 부문에 쏠린 유동성이 꼽히고 있다. 일대일로 등 각종 개발 프로젝트로 과잉 투자를 해소하려 하지만 효과를 기대하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여기다 지난해 11월부터 수차례 금리와 지급준비율 인하를 통해 풀어놓은 유동성이 국유기업이나 대기업으로 쏠리며 실물경제, 특히 중소기업에는 전혀 혜택이 돌아가고 있지 않은 점도 악재다.

◇위기인가 변화인가= 중국 정부는 경기침체 위기를 인정하지 않는다. 개혁을 위한 진통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날도 시진핑 국가주석은 중앙정치국 회의에서 개혁 조치를 차질 없이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모건스탠리는 최근 보고서에서 "전력 생산과 자동차 판매 등의 지표를 보면 중국의 상반기 성장률은 5%에 그치지만 중국 지도부는 '뉴노멀'을 말하면서도 또다시 (인위적인) 경기부양에 의존하려고 한다"고 꼬집었다. 이런 위기의식은 중국의 자본유출로 나타나고 있다. 7월 중국 은행들을 통해 순매도해 빠져나간 달러는 285억달러에 달한다. 외국인보다 내부 유출이 더 문제다. 부유층들은 중국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며 자산을 해외로 이전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국 정부도 이런 위기상황을 인식하고 있다. 인민일보는 최근 사설에서 "돌출한 모순과 문제점이 경제하방 압력을 키우고 있다"며 "확고한 신념과 의지로 경제 업그레이드에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현수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